'전체 글'에 해당되는 글 353건

  1. 2014.11.06 [씨네21] 제한상영관을 둘러싼 논의와 대안
  2. 2014.11.06 [한국영화 블랙박스] 최근 독립•예술영화 시장에 있었던 굵직한 변화들과 영화진흥위원회
  3. 2014.11.06 [한국영화 블랙박스] 멀티플렉스는 만능열쇠인가

[씨네21] 제한상영관을 둘러싼 논의와 대안

영화정책 2014. 11. 6. 15:57

현행 법률은 제한상영가 영화의 상영 및 유통을 엄격하게 제한(영비법 제43조)하고 있다. 제한상영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될 수 있으며, 제한상영관에서는 제한상영가 외 등급의 영화는 상영할 수 없다. 그리고 제한상영가 영화는 비디오물 등으로 제작․상영․판매․전송․대여하거나 시청에 제공할 수 없으며, 제한상영가 영화의 광고 및 선정도 제한상영관 안에서만 게시(영비법 제33조)할 수 있다.


이는 사전 금지가 아니라 유통 과정을 제한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논리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제한상영가 영화와 제한상영관에 대한 엄격한 규정은 제한상영관의 설립과 운영을 차단하는 기능을 했다. 제한상영가 영화만 상영이 가능한 조건에서 제한상영관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30~40편의 제한상영가 영화가 공급되어야 한다. 영화 공급이 없으면 제한상영관의 존재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공급자의 사정은 어떨까? 공급자의 측면에서는 제한상영가 영화의 경우 제한상영관 외의 유통이 불가능하고, 광고나 선전도 엄격하게 제한되기 때문에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영화를 공급한다는 것은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해당 등급을 받으면 다른 등급을 받기 위해 영화를 삭제·수정할 수밖에 없다. 제한상영가 관련 규정은 사실 상 해당 등급의 영화를 전면금지하고, 자진 삭제·수정을 요구하는 검열인 셈이다. 


제한상영가 등급이 ‘금지등급이 아니라 상영등급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제한상영가 영화가 실제적으로 상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한상영관의 설립․운영을 유도하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제한상영관에서 다른 등급의 영화도 상영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제한상영관이 설립될 수 없겠다고 판단되면, 제한상영가 영화를 제한상영관 외에서도 상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제한상영가 영화 광고와 선전에 대한 과도한 금지도 완화해야 한다. 제한상영가 영화를 선택하여 보고 싶은 관객은 해당 영화를 선택하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의 목적이 해당 등급의 영화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면,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제한상영가 영화의 전면적인 유통 금지도 개정되어야 한다. 상영 후 비디오물 등으로 제작·상영·판매·전송·대여하지 못하면 성인 관객들의 감상의 권리가 심각하게 제약받을 뿐 아니라, 투자금의 회수도 불가능해진다. 비디오물 등으로 유통될 수 있게 하되, 청소년 등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8월 7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 포럼 ’아트플러스에 제한상영가를 허하라‘는 제한상영가 등급이 검열로 작동하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는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제안의 요지는 ‘제한상영관이 없어 상영하지 못하는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를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님포매니악>을 수입한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현행 영비법 체계 속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객의 알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현행 영비법의 관련 조항 중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상영등급분류를 받지 않고도 상영할 수 있다는 조항(영비법 제29조 제1항 제2호)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영진위는 해당 조항에 의거하여 ‘비영리 사업목적 수행을 위하여 영화를 제작, 상영하는 단체 또는 민법 등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과 그 부속 기구’가 ‘최소 1일 이상의 일정기간을 정하여 국내·외에서 선정·출품된 다수의 영화를 일반인 또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상영하는 행사’에 한해 상영등급분류 면제 추천을 한다. 실제 국내에서 개최되는 많은 영화제들이 이 추천을 통해 자율적으로 등급을 부여해 영화를 상영하고 있고, 실정법 위반이나 청소년 유해성과 관련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안의 한계는 분명하다. 영진위의 상영등급분류 면제 추천은 비영리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라, 영화 시장 내의 표현의 자유와 관객의 알 권리를 본질적으로 확대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가 아닌 예술영화관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이 예상되는 영화를 삭제·수정하지 않고 상영하고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금지된 것을 해소하고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한상영가 문제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곤란하다. 본질적인 해결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현행 상영등급분류 제도는 제한상영가 문제 외에도 상영등급분류를 받지 않을 권리의 문제, 과도한 등급 부여와 재심 구조의 문제, 그리고 행정권이 주체가 되는 절차의 문제(민간 자율등급제도의 도입)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제작자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관객에게는 더 나은 등급분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 전반에 대한 토론이 지속되길 기대한다.


2014.08.27. [씨네21] 970호

:

[한국영화 블랙박스] 최근 독립•예술영화 시장에 있었던 굵직한 변화들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 2014. 11. 6. 15:53

장면1. 9월 1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재공모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총 20개 스크린이 선정되었고, 지역의 대표적인 예술영화관들이 탈락하고 롯데시네마가 지원 받은 것이 논란이 되었다. 논란이 일자 롯데시네마는 지원 신청을 철회했고 지원 대상은 15개 스크린으로 줄었다. 9월 30일, 지원에서 탈락한 거제아트시네마는 폐관됐다. 


장면2. 10월 4일,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는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을 2014년 겨울에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와 대구 민예총, 미디어핀다가 우선 출자하여 공간을 임대했으며, 상영관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은 시민과 영화인의 모금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지자체나 기업체의 지원 없이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설립되는 영화관으로는 인디스페이스,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에 이어 세 번째다.


장면3. 10월 21일, CGV는 무비꼴라쥬 개관 10년을 맞아 이름을 CGV아트하우스로 바꾸고, 보다 적극적으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겠다고 밝혔다. CGV압구정과 명동역에는 3개 스크린의 전용극장이 들어서며 압구정에는 한국독립영화전용관, 명동역에는 영화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시네 라이브러리가 운영될 계획이다.


이상은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일어난 독립․예술영화 시장의 굵직한 변화들이다. 1년에 하나씩만 일어나도 주목받을 일이지만 공교롭게도 연이어 발표되었다. 일련의 일들을 되짚어보면 1위 상영사업자 CGV는 더 이상 공공지원을 받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독립․예술영화 시장에 참여하여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고, 민간에서는 지역에 필요한 독립․예술영화관을 협동을 통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영진위는 지역의 독립적 영화관들은 시설이 낙후되었기에 수도권 영화관과 관객의 접근성이 좋은 대형 멀티플렉스 중심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과 정책 사이에 묘한 괴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진위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2006년부터 멀티플렉스를 지원해 독립․예술영화 상영 확대에 힘써 왔고,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설립되는 영화관을 포함해 지역 영화관들을 꾸준히 지원해왔다. 최근 변화는 영진위의 정책이 기반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공공의 적으로 몰린 것이다.


하지만 영진위의 책임은 분명하다. 현장의 변화와 요구에 너무 둔감했다. 현장은 대안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영진위는 현실에 안주해 쉬운 선택을 했다.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린 꼴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실책을 인정하고 대안을 함께 모색하면 된다. 직접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욕심이나 자존심은 버리자. 현장의 필요와 요구에 공명할 때 대안도 찾고 증폭시킬 수도 있다.


2014.10.22. [씨네21] 977호

:

[한국영화 블랙박스] 멀티플렉스는 만능열쇠인가

영화정책 2014. 11. 6. 15:51

지난 9월 1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이하 예술영화관 지원) 사업 심사결과가 발표되었다. 해당 사업은 2014년 초, 이미 한 차례 공모되어 심사까지 진행되었지만 9인 위원회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 심사결과가 반려되고 7월 재공모 되었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향후 영진위의 예술영화관 지원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근거로도 볼 수 있다.


올해 예술영화관 지원의 가장 큰 변화는 지원하는 스크린 수가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예년에는 25~30개 스크린이 지원되었던데 비해, 올해는 18개 극장의 20개 스크린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지원 스크린이 줄어든 데는 2013년까지 4~5곳을 지원받았던 CGV가 신청을 하지 않은 것도 한 가지 이유지만, 다른 이유로는 지역의 단관계 예술영화관들이 대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지역 예술영화관으로 평가받았던 대구 동성아트홀, 대전아트시네마 등 5곳이 제외되었다. 


관련기사(‘어쩔 수 없는 선택?’ <씨네21> No.972)에 따르면, 영진위는 “상급 기관으로부터 지역극장의 수입이 지원금보다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잠재 관객 개발을 위해 극장 시설, 접근성 등 환경을 주요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부정적인 평가와 지적이 나왔기 때문에 기존의 지원보다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말이다. 과연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물론 지원 대상을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선택 대신 지적된 문제를 해결할 정책 대안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해당 사업을 10년 이상 지속했으니, 영진위는 지역 예술영화관이 당면한 문제들을 어느 정도 파악했을 것이다. 지원금만이 아니라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영화관 운영을 컨설팅 및 프로그래밍 및 관객 개발 방법을 교육하고 시장 조사와 지역 예술영화관 간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는, 보다 실천적인 정책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독립․예술영화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멀티플렉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식은 곤란하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은 공공정책의 중요한 역할이다. 


지역 예술영화관에 대한 접근을 바꿔보면 어떨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재생’과 ‘사회적 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역 예술영화관은 영화 다양성 증진은 물론이고, 지역 사회의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 예술영화관 지원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요청한다.


2014.09.24. [씨네21] 97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