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최근 독립•예술영화 시장에 있었던 굵직한 변화들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 2014. 11. 6. 15:53

장면1. 9월 1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재공모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총 20개 스크린이 선정되었고, 지역의 대표적인 예술영화관들이 탈락하고 롯데시네마가 지원 받은 것이 논란이 되었다. 논란이 일자 롯데시네마는 지원 신청을 철회했고 지원 대상은 15개 스크린으로 줄었다. 9월 30일, 지원에서 탈락한 거제아트시네마는 폐관됐다. 


장면2. 10월 4일,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는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을 2014년 겨울에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와 대구 민예총, 미디어핀다가 우선 출자하여 공간을 임대했으며, 상영관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은 시민과 영화인의 모금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지자체나 기업체의 지원 없이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설립되는 영화관으로는 인디스페이스,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에 이어 세 번째다.


장면3. 10월 21일, CGV는 무비꼴라쥬 개관 10년을 맞아 이름을 CGV아트하우스로 바꾸고, 보다 적극적으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겠다고 밝혔다. CGV압구정과 명동역에는 3개 스크린의 전용극장이 들어서며 압구정에는 한국독립영화전용관, 명동역에는 영화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시네 라이브러리가 운영될 계획이다.


이상은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일어난 독립․예술영화 시장의 굵직한 변화들이다. 1년에 하나씩만 일어나도 주목받을 일이지만 공교롭게도 연이어 발표되었다. 일련의 일들을 되짚어보면 1위 상영사업자 CGV는 더 이상 공공지원을 받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독립․예술영화 시장에 참여하여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고, 민간에서는 지역에 필요한 독립․예술영화관을 협동을 통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영진위는 지역의 독립적 영화관들은 시설이 낙후되었기에 수도권 영화관과 관객의 접근성이 좋은 대형 멀티플렉스 중심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과 정책 사이에 묘한 괴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진위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2006년부터 멀티플렉스를 지원해 독립․예술영화 상영 확대에 힘써 왔고,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설립되는 영화관을 포함해 지역 영화관들을 꾸준히 지원해왔다. 최근 변화는 영진위의 정책이 기반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공공의 적으로 몰린 것이다.


하지만 영진위의 책임은 분명하다. 현장의 변화와 요구에 너무 둔감했다. 현장은 대안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영진위는 현실에 안주해 쉬운 선택을 했다.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린 꼴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실책을 인정하고 대안을 함께 모색하면 된다. 직접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욕심이나 자존심은 버리자. 현장의 필요와 요구에 공명할 때 대안도 찾고 증폭시킬 수도 있다.


2014.10.22. [씨네21] 97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