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에 대해

영화정책 2014. 6. 13. 16:19

6월 16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 속 언어표현 개선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욕설 사용이 일상화되고 있고, 영화의 욕설과 비속어 사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영화 속 언어표현 실태와 등급 분류 기준 적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여 영화 속 언어표현에 대한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영화에 욕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맥락 상 불필요해 보이는 장면을 가진 영화들이 꽤 많은데요, 이런 장면들의 경우 웃기겠다는 일념(?)으로 욕을 남발하는 상황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청소년 혹은 청년(춘)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영화에서도 욕은 기대 이상으로 등장합니다. 실제 일상생활에서 청소년/청년이 욕을 많이 쓰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솔직히 보고 있기 민망합니다. 그래서 욕이 없는 영화를 만나면 너무 반갑고 좋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물론이고 현실 속의 언어 표현에 대해 좀 더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에 대해 영화계 내에서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등위 주최의 토론회는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영화 속 욕설 표현에 대한 의제 설정을 위한 토론이라기보다, ‘욕설 표현의 수위나 횟수에 따른 상영등급 분류 기준'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주제, 내용, 영상 표현에 있어서는 사회 통념 상 용인되는 수준이지만, 대사 부문에 있어 거친 욕설과 비속어 등의 사용이 반복적이며 지속적으로 묘사되고 있고, 모방위험에 있어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청소년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토톤회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의 등급 판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등위는 특정 영화의 언어 표현에 대해 관람자의 연령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이미 결론을 내버렸습니다. 이런 판정 후 개최되는 토론회는 영등위의 판단과 결정을 스스로 옹호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영등위의 역할은 특정한 기준에 따라 창작 행위를 통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준이라는 것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전체 영화의 주제와 내용, 영상 표현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라면 언어 표현에 대해서는 관람 시 주의가 필요하다 정도로 언급하면 됩니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의 경우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니라 15세 이상 관람가가 적절해 보입니다.


최근 영등위는 명문화되고 계량화된 듯한 등급 분류 기준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 등급 분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겠습니다만, 명확한 '등급 분류 기준'을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그 기준은 영등위가 만든 기준일 뿐이지 창작자가 반드시 지켜야할 표현의 기준은 아닙니다. 


영상진흥기본법 제4조는 “국가는 영상물에 관한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율성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등급 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최종적인 결정은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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