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산업의 니치 전략에 대해 (1)

영화정책 2014. 4. 18. 16:21

최근 몇 년간 영화산업 내 거대기업들의 니치 전략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실험되었는데요, 최근 들어 보다 본격화 되는 듯합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독립/예술영화를 ‘니치’로 접근한 최초의 기업은 태광 계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CJ 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태광도 나름 케이블TV를 무대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는 2014년 2월 기준으로 23개의 SO를 가지고 있는 1위 MSO 사업자입니다. 가입자 수도 333만여 명입니다. (CJ 헬로비전은 SO가 22개이고, 가입자 수가 404만여 명입니다.) 그리고 콘텐츠 사업 분야를 담당하는 티캐스트는 영화채널 ‘스크린’과 ‘씨네프’, 애니메이션채널 ‘챔프’ 등 10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지요. 


태광 계열이 니치 전략을 구사하게 된 기반 중 하나는 ‘씨네큐브’라는 막강한 예술영화관입니다. 태광그룹은 백두대간과 결별한 후, 영화관 씨네큐브 운영을 티캐스트에게 맡겼는데요, 결과 티캐스트가 수입한 영화를 씨네큐브를 중심으로 상영하고, 티캐스트의 채널에서 방영하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만들게 됩니다. 


티캐스트 계열의 필모그래피는 나름 화려합니다. 2013년 12월 개봉해 1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리고 1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마지막 4중주>, 8만여 명을 동원한 <아무르>, 6만6천여 명을 동원한 <우리도 사랑일까?> 등 독립/예술영화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다수의 작품들이 티캐스트 계열의 배급작품이었죠. 


무엇보다 씨네큐브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 씨네큐브의 상영작품들은 거의 대다수가 흥행에 성공하며 무비꼴라쥬 압구정 등 다른 예술영화 스크린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측이지만, CGV가 무비꼴라쥬라는 레이블로 외화의 수입/배급 및 저예산 한국영화 투자/배급이라는 니치 전략을 취하게 된 데에는 영화관-채널로 이어지는 태광의 수직계열화 모델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네요. 수입 외화도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니까요. 


CGV는 2010년에도 외화 수입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2012년 이후 수입/배급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10만여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일대종사>와 2만4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프라미스드 랜드> 등이 CGV의 작품입니다. 


상영업을 베이스로 외화 수입/배급을 하는 경우는 스크린 없이 수입/배급을 하는 업자들에 비해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는데요, 최소한 자사 스크린에서의 수익은 100% 자기 수익이 되기 때문에 스크린을 가지지 않은 수입업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리스크를 줄 일 수 있죠. 


과거 스폰지가 스폰지하우스라는 영화관을 운영한 것도 상영관과 수익을 배분하는 것보다 100%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태광계열과 CGV가 스폰지와 다른 점이라면, 계열사 중 미디어 채널 사업자가 있기 때문에 방송 판권 판매가 다른 사업자들에 비해 용이하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창구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면서 니치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니치 전략을 대기업만 취하는 건 아닙니다. 케이블TV 및 IPTV의 영화 채널 증가와 VOD 서비스의 시장 확대에 따라 다양한 니치 전략을 구사하는 회사들이 등장합니다.


자사 영화관을 베이스로 영화를 수입하는 회사도 있고,

IPTV 용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도 있고,

IPTV VOD 서비스를 노리고, 국내 배급 기간이 끝난 영화를 재수입하는 회사도 있죠.

그리고 독립영화에 배급/마케팅을 투자하고 배급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건 독립영화 제작/배급사들은 니치 전략을 제대로 채택하고 구사하지 못한다는 점인데요, 아무래도 가용할 자본이 부족하고, 시장이 독과점 상황인데다, 수입 외화들로 인해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기회가 되면 니치 전략에 대해 하나씩 더 써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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