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 등급 분류에 대한 네 가지 쟁점

영화정책 2014. 8. 11. 10:23

"아트플러스에 제한상영가를 허하라" 포럼 후기


며칠 지나기는 했지만, 8월 7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아트플러스에 제한상영가를 허하라" 포럼의 후기를 적어봅니다.


포럼의 제목은 '제한상영가' 등급 분류를 받은 영화가 현실적으로 상영이 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제안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현실적으로 제한상영가 등급이 '검열'로 작동하는 현실을 바꾸는 방법"으로 아트플러스로 호명되는 '예술영화관에서는 제한상영가 등급분류를 받은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상영 가능한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인정한 '예술영화'로 한정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날 포럼에서는 이 '제한상영가 등급의 검열로서의 존재' 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이슈들을 모두 섞어서 토론하기 보다는 하나씩 분리해서 쟁점을 정리하고 토론을 하는 것이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서 보다 적절할 것 같은데요. 이날 나온 등급분류와 관련된 이슈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창작자/제작사가 사고(기대)하는 등급과 다른 등급의 부여 문제입니다.


창작자나 제작사는 15세 이상 관람가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부여를 예상(기대)한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나 제한상영가 등급이 부여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하나의 쟁점입니다.


둘째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받은 영화가 현실적으로 '상영'과 '유통'이 되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제한상영가 등급 분류를 받은 영화가 상영되지 못하는 것은 현실에 제한상영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 문제는 '등급분류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며, 영등위의 문제도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자신들은 법에서 정해놓은대로 등급 분류를 할 뿐이라는 거죠. 이 문제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또 하나의 쟁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토론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을 제안한 것입니다.)


셋째는 '상영'과 '유통'을 하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등급분류를 받아야하는 문제입니다.


현행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서는 등급분류를 받을 것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검열이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발행한 '시네마테크 vol.118'에 쓴 글이 이 문제를 제기한 글입니다.) 등급 분류를 받지 않고도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가 또 하나의 쟁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등급 분류 제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현행 등급분류 제도는 명목상으로는 민간 기구인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하는 것이지만,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민간 기구가 아니라 행정 기구입니다. 행정이 등급분류를 계속 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이 제도를 해소하고 민간 자율의 등급 기구를 구성하여 이 기능을 대체하게 할 것인지가 또 하나의 쟁점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이나 미국의 영화 등급 분류는 민간 자율 등급이며,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행정이 이 일을 담당합니다. 한국에서도 게임물의 등급 분류는 민간 자율로 이뤄집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등급 분류의 주체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요? 이미 민간자율 등급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 쟁점은 서로 유관된 것(제한상영가 등급 문제)도 있지만, 나머지는 서로 다른 쟁점입니다. 


지난 포럼을 포함해서 등급 분류 문제를 다루는 토론들에서 이 쟁점들이 한꺼번에 제기되면서 각 쟁점에 대한 토론이 충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다음 번엔 쟁점 별로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