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상영시장의 불편한 진실 : 수요독점에 대한 제어가 필요하다

영화정책 2014. 11. 6. 15:38

2012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대형마트의 시장독점 문제였다. 신세계 계열의 이마트와 영국 테스코 계열의 홈플러스, 그리고 롯데 계열의 롯데마트가 유통시장의 90%를 점유하면서, 시장 내 공정경쟁이 훼손되고 독과점 등의 폐해가 우려된다며 이에 대한 강한 대책이 요구되었다. 2012년 이래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에서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 강제하고, 대규모점포 등을 개설할 때 지역협력계획이나 상권영향평가 등을 하도록 하고, 기초자치단체에 유통업상생발전 협의기구 등을 설치하도록 한 것은 모두 거대 유통업자의 ‘수요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급독점’도 문제이지만, ‘수요독점’도 큰 문제다. 과거와 달리 현재의 생산과 소비는 전면적으로 ‘유통업자’의 영향 아래 있다. 예를 들어 농수산물의 생산과 소비에서 나타나는 문제-생산자는 소비자구매가 보다 낮게 판매하고, 소비자에게는 생산자구매가보다 높게 구입하는 등-들은 모두 유통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유통이 발전하고 성장할수록 생산자에게 다양한 유통의 기회가 열리고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기회가 생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게다가 소수의 유통업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수요과점’시장이 되면, 편익이 증가하기 보다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


영화의 생산과 소비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배급사’로 통칭되는 거대 메이저 회사의 불공정한 영업행위들이 문제가 되었지만, 불공정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 소비자(관객)에게 영화를 판매하는 주체는 ‘배급사’가 아니다. ‘배급업자’는 ‘상영업자(상영관)’에게 영화를 공급하고, 관객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구매한다. 유통행위로 치환해보면 전자는 ‘도매’에 해당하고 후자는 ‘소매’에 해당한다. 실제 한국영화산업의 통계를 보면, 영화배급시장은 8개 사업자가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경쟁적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매년 영화산업 독과점 문제가 반복될까? 해답은 ‘상영시장’에 있다. 현재 한국의 ‘상영시장’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개사가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수요과점시장’이다. 


이런 ‘수요과점시장’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은 아니다. 이 독과점시장은 2000년대 이래 영화산업의 메이저로 등극한 CJ/CGV와 롯데엔터테인먼트/시네마가 배급업과 상영업의 수직계열화와 개인사업자가 따라갈 수 없는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존 상영시장을 재편한 결과다. 2013년 영화산업 통계에 따르면, 전국 112개의 CGV 중 45개와 롯데시네마 84개 중 32개는 위탁극장으로 전체 영화관의 25%에 달한다. 이 중에는 처음부터 위탁형태로 계약한 영화관도 있지만, 과거 독립적인 영화관이었다가 대기업 체인과의 경쟁에서 밀려 위탁관이 된 곳도 많다.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던 빵집이 대기업 체인의 베이커리가 된 것과 같은 일이 상영시장에서도 벌어졌던 것이다. 대기업 영화사의 배급/상영 독점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문제가 되는 ‘스크린 독과점’과 ‘상영영화의 편중성’, ‘영화시장 양극화’, ‘소도시 영화관의 폐관’, 그리고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간의 불공정 계약’, ‘후반작업업체 등의 비용 후려치기’ 등은 모두 이런 시장 재편의 결과다. 대형마트의 독점 문제는 상영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대형마트의 독점은 많이 언급되었고,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토론도 꽤 많았다. 대책들이 성공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서로 다른 견해가 경쟁 중이지만, 서두에 언급한 입점규제 등의 대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상영관의 수요독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어장치가 없다. 상영시장의 수요독점의 경우, 공정경쟁을 위협하는 요소인 수직계열화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지만, 규제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영화상영업의 경우 유통산업기본법이 다루는 영역에 해당하지 않아, 기존 법체계와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더 많은 제안과 토론이 필요하다.


2014.09.04.

익산영상미디어센터 미디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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