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지역과 영화의 동반성장을 꿈꾸며

영화정책 2014. 11. 6. 15:45

연간 400만 명이 찾는 일본의 관광도시, 오이타현 유후시에서는 매년 8월 ‘유후인 영화제’가 개최된다. 1976년 시작해 올해로 무려 39회를 맞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이 영화제는 ‘온천’이라는 지역의 관광 상품을 알리고자 하는 유후인 마을 사람들과 오이타현의 젊은 씨네필들이 의기투합해 시작되었다. ‘일본의 시네필과 영화인을 온천마을인 유후인에서 만나게 하자’는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1989년부터는 ‘유후인 어린이영화제’(3월 개최)가, 1998년부터는 ‘유후인 문화․기록영화제’(6월 개최)가 추가로 개최되면서, 유후인은 온천 뿐 아니라 영화제의 도시로 거듭났다.


일본 커뮤니티 시네마 지원센터가 2007년 실시한 “영화제에 대한 기초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개최되고 있는 영화제는 모두 127개다. 이중 39개는 국제영화제이고, 나머지 80여 개는 지역영화제다. 이 중에는 20년간 개최되었지만 2008년을 마지막으로 종료된 ‘삿뽀로 영화제’처럼 사라진 영화제도 있지만, 2009년 시작된 ‘마츠모토 영화제’처럼 새롭게 개최되는 영화제도 있어 여전히 80여 개 이상의 지역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일본 지역영화제의 개최 배경은 다양하다. ‘유후인 영화제’처럼 지역 홍보를 목적으로 개최되기도 하고, 영화관이 없어서 혹은 영화관이 있어도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지 않아 개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지역영화제의 목적는 동일하다. 그것은 ‘영화’를 매개로 지역 활성화를 꾀하고,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지역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8월 1일, 16회 영화제가 개최되는 ‘정동진독립영화제’가 대표적이다. 1999년 독립영화의 상영 기회를 확대할 목적으로 시작된 이 영화제는 2012년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설립이라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지역영화제가 매개가 되어 지역 문화 진흥에 까지 이어진 멋진 사례다. 최근에는 무주산골영화제,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목포해양영화제 등 개성 있는 지역영화제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의 지역영화제 역시 지역 문화의 진흥과 함께 영화제를 통한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지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영화제를 사고해서는 안 된다. 지역을 알리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방식으로 영화제를 선택한 일본의 경우, 영화제의 목적을 점차 바꿔가고 있다. 더 이상 지역 홍보라는 측면만 강조하지 않는다. ‘영화’를 매개로 지역 내부의 소통과 참여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지역 공동체 형성이라는 공감대를 확대하는 것이 추가된 목표다. 한국의 지역영화제들도 이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2014.07.23. [씨네21] 9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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