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멀티플렉스는 만능열쇠인가

영화정책 2014. 11. 6. 15:51

지난 9월 1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이하 예술영화관 지원) 사업 심사결과가 발표되었다. 해당 사업은 2014년 초, 이미 한 차례 공모되어 심사까지 진행되었지만 9인 위원회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 심사결과가 반려되고 7월 재공모 되었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향후 영진위의 예술영화관 지원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근거로도 볼 수 있다.


올해 예술영화관 지원의 가장 큰 변화는 지원하는 스크린 수가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예년에는 25~30개 스크린이 지원되었던데 비해, 올해는 18개 극장의 20개 스크린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지원 스크린이 줄어든 데는 2013년까지 4~5곳을 지원받았던 CGV가 신청을 하지 않은 것도 한 가지 이유지만, 다른 이유로는 지역의 단관계 예술영화관들이 대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지역 예술영화관으로 평가받았던 대구 동성아트홀, 대전아트시네마 등 5곳이 제외되었다. 


관련기사(‘어쩔 수 없는 선택?’ <씨네21> No.972)에 따르면, 영진위는 “상급 기관으로부터 지역극장의 수입이 지원금보다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잠재 관객 개발을 위해 극장 시설, 접근성 등 환경을 주요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부정적인 평가와 지적이 나왔기 때문에 기존의 지원보다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말이다. 과연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물론 지원 대상을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선택 대신 지적된 문제를 해결할 정책 대안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해당 사업을 10년 이상 지속했으니, 영진위는 지역 예술영화관이 당면한 문제들을 어느 정도 파악했을 것이다. 지원금만이 아니라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영화관 운영을 컨설팅 및 프로그래밍 및 관객 개발 방법을 교육하고 시장 조사와 지역 예술영화관 간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는, 보다 실천적인 정책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독립․예술영화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멀티플렉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식은 곤란하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은 공공정책의 중요한 역할이다. 


지역 예술영화관에 대한 접근을 바꿔보면 어떨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재생’과 ‘사회적 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역 예술영화관은 영화 다양성 증진은 물론이고, 지역 사회의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 예술영화관 지원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요청한다.


2014.09.24. [씨네21] 97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