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은 경쟁이 아니라 협동!

TRACE 2014. 2. 7. 11:37

요즘 가장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은 SBS의 <정글의 법칙>이다. 김병만에게 SBS 연예대상을 가져다 준 바로 그 프로그램 말이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사람이 살지 않은 오지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생존'하는 모습을 담은 리얼리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방송을 보면 자주 '장난 아니다'란 생각이 들게 된다.


'조작 논란'이 있은 전후 한동안 보지 않았다가 최근 다시 보고 있는데, 처음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와 지금은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그 중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부족원들의 관계 맺음'이다. 


프로그램 제목은 '정글의 법칙'. 정글의 법칙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말이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다.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냉정한 경쟁의 법칙이 바로 정글의 법칙이라고 일반적으로 사고하는 셈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자연을 극복하는 인간의 의지' 같은 것이 있겠다.


처음 <정글의 법칙>은 분명 자연을 극복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지낼 곳과 먹을 것을 마련하고 하루 하루를 버티는 모습들, 정리하면 '자연 vs.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거기에다 '원시 vs. 문명'이라는 낡아빠진 프레임을 더해 원시 부족민들을 찾아다니는 모습도 '연출'했다. 그리고 결국 조작논란에 휘말렸다.


하지만 다시 만난 <정글의 법칙>은 처음 보았던 그 <정글의 법칙>이 아니었다. 조작논란의 원인이었던 '원시 vs. 문명'이라는 이분법이 사라졌고, 자연에서 인간의 의지로 살아남겠다는 모습도 희석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바뀐 것은 그것만은 아니다.


프로그램이 반복되면서 족장인 김병만은 물론 오랜 시간 함께 한 부족원들도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타이틀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을 떠올리게 하는 '정글의 법칙'이지만 최근 <정글의 법칙>에서 부족이 살아가는 방식은 더 이상 '경쟁'이 아니다.


참가하는 부족원들은 오지에서 며칠 간을 함께 생활해야한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살아남기 위해 서로 힘을 모은다. 자신으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미리 준비를 하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정글에서 살아가는 동안도 타인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하고, 서로를 배려하려고 애쓴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족장인 김병만의 변화다. 처음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은 모든 짐을 홀로 짊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집 짓고, 먹을 것을 구하는 모든 역할이 김병만의 것이었다. 조력자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족장에게 지워진 짐이 가벼워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의 김병만은 족장의 무게를 '생존지에서 강을 건너온 후 힘들어서 눈물을 흘렸던' 첫회 만큼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김병만의 변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김병만이 다른 출연자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순간이다. 처음온 부족원이라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누구나 자신에게 부여되는 역할이 있다. 족장은 각 부족원에게 해야할 일을 분배하고, 일을 맡은 이는 최선을 다해 역할을 수행한다. 이로써 함께 생존에 성공한다.


<정글의 법칙>을 통해 '협동'의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족장 김병만 보다 나이와 경험이 많은 출연자가 있을 때, 병만족의 협동은 훨씬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김성수가 등장한 <캐리비언>편이 대표적이다. <뉴질랜드>편의 이필모 이후 본격적으로 '어머니'라고 불리는 역할을 하는 부족원이 등장하면서, 부족원 간의 관계맺음이 보다 부드러워졌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정글의 법칙은 경쟁이 아니라 협동'임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하나의 운명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작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즐겁고 편안하다. 휴일마다 <정글의 법칙>을 찾아보는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사람은 원래 '협동의 동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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