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체육 VS. 생활 체육, 이분법적 체육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

박원순 "엘리트·생활체육 통합 추진"(종합)

박원순 시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누에서 "엘리트 체육(시체육회), 생활체육(생활체육회), 학교체육(교육청)간의 상호 단절과 분리로 효율성 및 확장성이 저해되고 있다"며 " "이르면 내년부터 시가 담당하는 엘리트 체육과 시민 주도로 이뤄지는 생활체육을 단계적으로 통합할 계획"이라고 했단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통합해야한다는 말을 꽤 오래 들어왔는데,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라는 이분법이 과연 적절한 카테고리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먼저, 엘리트 체육이라는 말은 '태릉선수촌'으로 대표되는 말하자면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한 선수 양성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이르는 말일텐데, 이 '엘리트 체육'이라는 말이 체육이 직업인 '프로 스포츠'를 아우르는 말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프로 스포츠'가 '생활 체육'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지 않나? 

국민들의 체력 증진 등을 위한 기본적인 스포츠 정책을 '생활 체육'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을 제외한 범주가 '엘리트 체육'이라는 단어로 수렴될 수 없다. 굳이 따지자면, 기본적인 체육활동이 아닌, 직업적으로 체육을 하는 사람은 '직업 체육'이나 '전문 체육' 정도로 구분하는 것이 적절한 게 아닐까 싶다. 이 구분을 고전적 이분법에 맞추자면 '아마추어 체육'과 '프로페셔널 체육' 정도가 되겠다.

엘리트 체육 정책에 대한 비판에는 동의하지만,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통합한다는 말이 무엇을 의도하는지는 솔직히 감이 잘 안온다. 

해당 기사의 박원순 시장의 인터뷰에는 '엘리트 체육', '생활 체육' 외에 '학교 체육'이라는 범주도 등장한다.

캄 누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은 "스포츠 활동 참여율이 높아지면 시민 생활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도 매우 높아진다"며 "생활체육인 중 우수한 사람은 엘리트 선수로 육성하고 엘리트 체육인은 그 자질과 능력을 생활체육인들에게 전수하는 등 순환적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말은 '학교 체육'에서 시작해, '엘리트 체육'으로 이어지는 과거의 체육 정책과 단절하고, '생활 체육'에서 시작해 '엘리트 체육'으로 이어지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문제는 '학교 체육'이 '생활 체육'과 구분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팔팔한 10대를 학교에서 보내는 청소년들에게는 '학교 체육'이 '생활 체육'이 되어야하고, 학교 졸업 후 사회에 나와서도 학교에서 햇던 체육 활동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생활 체육' 정책의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 체육'과 '생활 체육'을 통합해서 운영하는 것이 먼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자연스레 우수한 사람을 '엘리트 체육'인이 아니라 '직업(전문) 체육'인이 되도록 하면 될 일이다.

체육에 재능을 보이는 사람이 향후 자신의 직업을 체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이렇게 전문 체육인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이 현장에서 경기를 할 수 있을 때는 선수로 뛰고 은퇴 후에는 지도자가 되어 전문 체육인 지도나 생활 체육 지도를 할 수 있게 흐름을 만들면 박원순 시장이 말하는 순환 시스템이 자연스레 생긴다. 

'엘리트 체육' 대 '생활 체육' 이분법에 매이면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질 확률이 높다. 박원순 시장은 우수한 사람을 '엘리트 체육인으로 육성'하라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그 단어를 쓰는 그 순간 '엘리트 선수 육성'이라는 엘리트 체육 프레임에 빠져버린다. 도대체 엘리트 체육인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가? 프로야구선수나, 프로축구선수, 프로농구선수, 프로축구선수, 실업축구선수 모두가 엘리트 체육인이란 말인가? 그들은 직업 체육인에 가깝다. 

스포츠가 직업이 되는 시대라면, 그 직업군에 대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엘리트 체육 vs 생활 체육'프레임에는 직업 체육인에 대한 접근이 누락된다. 체육 정책이 이러하니, 프로 스포츠 선수의 노동조합 설립 같은 것도 제대로 정책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체육 정책도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 때도 체육 정책으로 '엘리트 체육', '생활 체육' 이분법 프레임이 대세인 듯 한데, 프레임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옆 집 아이는 '올림픽 금메달'보다 프로 축구 선수를 직업으로 갖고 싶어한다. 이 아이에게 축구를 직업으로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것이 필요한 체육 정책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