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영비법 제29조 제3항의 모순 : 현행 상영등급분류가 사전검열에 해당하는 까닭

영화정책 2013. 8. 7. 09:58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금지한다. 검열이란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다. ‘사전검열은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것으로서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헌법은 영화에 대한 사전검열 역시 금지한다. 하지만 영화의 사전검열은 등급분류라는 방식으로 잔존하고 있다.


현행 등급분류 제도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9조에 근거한다. 제29조 제1항은 ‘영화업자는 제작 또는 수입한 영화(예고편 및 광고영화를 포함한다)에 대하여 그 상영 전까지 제71조의 규정에 의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상영등급을 분류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항을 통해 ‘누구든지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상영등급을 분류 받지 아니한 영화를 상영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강제하고 있다. 언뜻 보면 자연스러운 듯하지만, 제1항과 제3항은 호응하지 않는다.


제1항은 등급분류의 의무를 ‘영화업자’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영화업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이므로(제2조 제9항),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가 아니라면 등급분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이어지는 제3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영화까지도 등급분류를 받도록 강제한다. 법은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는 상영을 금지하거나 상영 중인 경우 정지되며(제42조) 해당 상영관은 영업 정지나 상영관 등록이 취소될 수 있고(제45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제94조 제1항).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는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로 본다. 현행 등급분류 제도는 등급분류의 대상이 되는 영화뿐 아니라,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아 등급분류의 대상이 아닌 영화까지도 등급분류라는 허가를 받도록 관철하고 있으므로 사전검열에 해당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런 경우라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등급분류 받지 않은 영화의 상영을 금지하는 영비법 제29조 제3항은 이러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 영화를 통한 의사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씨네21 (201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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