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커뮤니티, 문화, 영화에 대해 생각하다

독립영화 2008. 11. 13. 19:25

도쿄에 다녀왔습니다. 정확하게는 도쿄국제영화제에 다녀온 것이고요, 더 상세하게 말씀드리자면 21회 도쿄국제영화제 기간 중에 함께 개최되는 “문화청 영화주간 2008 - Here & There” 프로그램의 하나인 “제5회 문화청 전국영화제 컨벤션”에 발표자로 초청을 받아 다녀왔습니다. 혹시 제가 다녀온 행사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을 위해 설명을 좀 더 드리자면, 도쿄국제영화제는 재단법인 일본영상국제진흥협회가 주최하는 행사이고요, 마켓 부문은 경제산업성이, 경쟁부문은 도쿄도가 공동 추최하는 그런 영화제입니다. 문화청이 주최하는 영화주간은 “문화청 영화상 시상식”과 “수상작 기념상영”, 그리고 문화청이 선정한 감독의 작품을 상영하는 “Director's Angle”, 그리고 “전국필름커미션 컨벤션”과 제가 참여한 “전국영화제 컨벤션”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제가 초청받아 한 발표는 “한국의 독립/예술영화 상영 현황과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 /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소개”하는 것이었고요, 함께 초청받은 영화진흥위원회는 영진위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넥스트 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 사업을 소개”했습니다.

36개의 국제영화제 포함해 127개의 영화제가 개최되고, 미니 씨어터라고 불리는 예술영화관 운영이 이미 70년대부터 활성화되어 도쿄도에만 50여개, 지역에는 70여개가 존재하며, 80개에 가까운 자주 상영 단체가 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커뮤니티 시네마”라는 이름 아래 지역 영화 상영 운동과 자주영화, 예술영화 상영 확대를 위한 운동을 해 오고 있는 일본에서 1년 밖에 되지 않은 인디스페이스와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의 활동을 발표한다는 것은 매우 민망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소식지에서 알려드린 대로 많은 나라에서 글로벌 주류영화와 로컬 예술영화/독립영화가 심한 양극화를 겪고 있는 지금, 각 나라들은 어떤 방법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하는지를 알고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므로 민망함을 무릅쓰고 참석하였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커뮤니티 시네마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시네마 신디케이트라는 새로운 독립/예술영화 배급과 지역 재개발과 영화 문화를 연관시키는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네마 신디케이트는 일본에서도 가속화되고 있는 멀티플렉스의 확산에 대응해 미니 씨어터와 기존 영화관 그리고 지역형 멀티플렉스를 묶어 독자적인 배급, 상영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하는 사업으로 도심 내의 영화관을 지역의 영상문화 거점으로 살려내고, 대량선전과 대량 소비문화로부터 작가영화와 예술영화들을 구해내고, 지역 간의 영화 상영 격차를 해소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관객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기획입니다. 올 연말 <어린이의 어린이>라는 일본영화를 시작으로 사업이 본격화된다고 합니다. 한국의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와 유사한 점이 있지만, 적극적인 대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향후 진행 과정이 궁금해지는 기획입니다.

이와 함께 진행되는 지역 재개발과 영화문화를 연관시키는 기획도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지역의 오래된 영화관을 리뉴얼하여, 거리를 문화적 방식으로 재조성하는 기획인데요, 이번 문화청 전국영화제 컨벤션의 주제가 바로 “살고 싶은 거리, 가고 싶은 영화관 - 커뮤니티, 문화, 영화에 대해 생각한다”였습니다. 이날 컨벤션에서는 인구 36만여명의 나가노시에서 진행되는 지역영화 운동이 발표되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나가노시가 나가노역에서 관광지인 젠코우지에 이르는 “젠코우지 거리”를 중심으로 지역 재개발을 하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맞춰 젠코우지 거리에 인접한 90년된 목조 상영관을 리뉴얼하여 영상 문화로 지역 상권을 재조성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영화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독립, 예술영화가 상영되지 못한다는 것이 주된 것이라면, 이미 일본에서는 지역 재개발과 영상 문화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접목되었고, 구체적인 실행과 실행 방안들이 제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날 발표한 인디스페이스와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의 사례에도 많은 분들이 호감을 표시해 주셨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요일별 상영 방식이나 화요일 정기상영 프로그램 등 인디스페이스의 상영 방식들을 실험해 보고 싶다는 지역 영화관 담당자의 이야기도 들었고, 서울에 오면 꼭 방문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너무 대단한 상영관을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하고, 정작 인디스페이스에 관객은 많지 않으므로 민망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년차 인디스페이스가 한국의 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상영관을 넘어 어떤 상영관의 모델이 되어야 하는지와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가 지원하는 공동체 상영 넽워크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가야 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 참 좋았습니다.

2008년 11월, 인디스페이스는 2년차를 맞습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더 많은 노력과 실험들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응원해주시고 찾아와 주세요. 상영하는 영화도 중요하고, 독립영화 배급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을 통해 관객 여러분을 만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저희들의 힘입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2008.11.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소식지 INDIE SPACE on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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