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영화

독립영화 2009. 1. 8. 12:29

인디스페이스를 운영하는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는 요즘 경기영상위원회와 함께 ‘찾아가는 영화관 - 사랑방 극장’이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명칭대로 관객들이 영화관에 찾아와 영화를 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입니다. 2007년 1월 처음 시작되어 올해로 3년이 되었고요, 찾아가는 곳은 공공 문화기반 시설이 빈약한 경기도의 소도시입니다. 올해의 경우 연천군, 가평군, 여주군 등에 찾아가 상영을 진행합니다. 이해가 쉽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이런 겁니다.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벽령2리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벽령2리 마을회관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이 사업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군 단위 정도의 작은 도시의 경우 대도시와 달리 문화시설이 빈약하고, 극장도 거의 사라지고 없어 영화를 문화적으로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서라도 이런 영화 문화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흔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스크린이 2,000여개(2007년 기준으로 1,975개)가 넘어 과거 스크린 700여개 시절보다 훨씬 많은 극장이 있는 것처럼 소개되긴 하지만, 실제로는 스크린이 5개 이상인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많이 생긴 반면 스크린이 하나인 단관극장들은 대부분 사라져 전국적으로 극장은 310여개(2007년 기준 314개) 정도로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대도시의 단관극장도 많이 없어졌지만 이 경우 멀티플렉스가 이를 대체한데 비해, 소도시의 경우에는 단관극장이 사라진후 이를 대체할 어떤 시설도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2007년 기준으로 군 단위 행정구역 내에 극장이 존재하는 곳은 경기도 1곳(여주군), 강원도 1곳(홍천군), 충청남도 3곳(당진군, 부여군, 홍성군), 경상남도 1곳(거창군) 등 6곳으로 전체(2007년 기준 군 단위 행정구역 86곳)의 7%에 불과합니다. 시의 경우도 전체 75곳 중 60곳에만 극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소도시의 경우, 인구수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에 상업적인 영화관이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광역 행정구역별 스크린 당 인구수나, 좌석 당 인구수를 비교해 봤을 때 전국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곳은 강원, 충남, 전남, 경북, 경남 등이고, 대도시의 경우도 인천, 울산 등의 경우는 평균을 훨씬 상회합니다. 다만 대도시의 경우는 밀집되어 있지만, 도 단위의 경우는 지역도 넓고 인구도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고른 혜택이 주어지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영화를 시장에만 맡겨두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문화적 혜택이 골고루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장의 역할만은 아닙니다. 도시화의 진전에 따라 도시와 시골 간의 문화격차가 커지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시화가 가속화되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기관 차원에서 많은 방안들이 고민되고 실행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자주상영 운동이나 커뮤니티 시네마 운동 등을 통해 영화관이 없는 지역의 정례적인 상영 활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극장이 폐관하는 경우 공공적으로 운영하는 모델을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형태의 극장을 만드는 실험들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도 지역에 산재해 있는 필름 소사이어티가 일정한 역할을 하고, 영국영화진흥위원회도 영화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RURAL’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독립영화 진영이 최근 몇 년 사이 활발하게 추진해 오고 있는 “공동체 상영” 운동은 독립영화 상영 활성화와 지역 간 영화 문화의 격차를 해소하고 영화 문화를 통해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고자하는 목적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랑방극장’ 사업과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진행한 ‘찾아가는 영화관 - 지역 운영식’ 사업, 그리고 민간차원에서 꾸려져오고 있는 ‘공동체 상영 네트워크’의 구성과 지원 등이 구체적인 사업들입니다. 이 사업들을 통해 영화가 콘텐츠 산업으로만 사고되거나, 소수의 취향에 화답하는 마니악한 것으로 취급되거나 하지 않고 공동체 내의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고 구현하는 매개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방극장’을 통해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며 기뻐하는 어르신들과 텔레비전이 아니라 스크린을 통해 똘망똘망한 눈으로 독립영화를 보는 어린이들을 만난 것은 인디스페이스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것과는 다른 결의 감상을 전해주었습니다. 모쪼록 앞으로 이런 기회들이 더욱 늘어나면 하는 바램입니다.

2009년입니다. 인디스페이스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가득 준비하고 있으며, 관객 여러분들이 더욱 자주 인디스페이스를 찾아오실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디스페이스의 새로운 모습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객 여러분 모두 새해엔 더 많이 더 자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INDIE SPACE on PAper  20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