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정책의 새로운 방향성

영화정책 2007. 2. 1. 16:20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지난 2004년 2월 3일, ‘2004년 영화진흥사업’을 발표하면서 2004년의 본격적인 영화진흥사업들을 시작했습니다. 2004년 영화진흥사업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운영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예술영화전용관) 운영 ▶시네마테크 지원 등 영진위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과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며, 2004년의 공모사업은 국내진흥사업 25개, 해외진흥사업 4개, 학술지원사업 3개, 영화인 교육사업 5개 과정, 종합촬영소 운영 및 기술사업 2개 등 총 39개의 사업이 발표되었습니다. 사업이 예년에 비해 확대되었는데, 기존의 추진 사업들을 재조정하고 세분화하였으며, ▶방송용영화(Telefilm)제작지원 ▶예술영화마케팅지원 ▶디지털영화마케팅지원 ▶디지털장편영화 직접영사방식 상영지원 ▶DVD제작지원 ▶독립애니메이션 필름전환지원 ▶공동제작영화 제작지원과 ▶세트제작 현물지원사업 등 8개의 공모 사업이 신설되었습니다. 신규사업들을 통해 영화와 방송과의 통합성 확보와 다양한 한국영화의 배급 지원을 확대한 점은 특기할만하고, 변화하는 영화 환경에 따라 진흥정책을 조정한 것 역시 긍정적이라고 평가할만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영화진흥정책이 한국 영화 진흥을 위해 가장 적절한 형태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영화진흥정책이 영화진흥금고에 근거한 영진위의 직접 지원에 한정되어 있음이 과연 적절한가하는 점은 향후 영화진흥정책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기 위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기왕의 골격이 유지된 채, 몇몇 사업들을 조정하고 신설하는 것이 변화하는 환경을 적절하게 수용한 정책 방향인가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제기한 영화진흥정책의 방향에 관한 문제는 뒤로 미루기로 하고 오늘은 2004년 영화진흥정책이 담고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영화진흥정책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 하나하나를 지적하는 것보다 각종 사업들이 발의되고 진행되는 형태에 대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영화진흥사업의 추진 형태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제도가 각종 지원 대상들을 거꾸로 강제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필요한 사업들을 매년 새롭게 발굴하는 것과 지원제도를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개별 사업들의 추진 일정, 구체적인 지원 대상, 지원 조건 등을 구체화하는 것은 일면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제기된 사업들이 영화제도 안에서 상호연관을 가지고 작동하기 보다는 나열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과 개별 사업들이 연중 1회 내지 2회 진행되며 시기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은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지원과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지원 대상과 조건을 사업별로 구체화하는 것도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정책은 지원 받고자 하는 창작물과 창작행위가 어쩔 수 없이, 세분화된 정책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그 선택한 사업의 지원 조건에 모양새를 맞추고  기획을 사업 추진 일정에 맞추게 합니다. 이는 지원을 해주기 위한 개별 사업의 지원 대상과 조건이 역설적이게도 일종의 규제처럼 작동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공적인 지원에 있어 그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확보의 중요성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사업 자체의 완결성보다 지원이 필요한 대상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효과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현재의 창작행위나 창작물을 견인하며 육성하는 것을 주요한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겠지만, 규정할 수 없는 창작물과 창작행위를 진흥하는 지원 정책이라면 창작자의 상상력이 필요이상으로 제어되지 않도록 자율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개선해 가는 것이 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영화진흥 정책은 단순한 세분화와 사업의 신설보다 기획, 제작, 배급, 상영을 아우르는 영화제도를 관통하는, 그리고 그런 전제 아래서 좀 더 일상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재편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에야 더욱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재 : 컬쳐뉴스
작성 : 2004. 03. 16.
2004년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발행하는 컬쳐뉴스에 연재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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