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영화진흥위원회 진흥정책에 대한 제언 (1)

영화정책 2008. 7. 16. 11:23

최근 몇년간의 한국영화 제작 산업의 수익율 악화 등으로 인한 한국영화 산업 위기론이 대두되었고, 이에 대한 민간 차원의 대책과 영화진흥정책을 입안 수행하는 정부 차원의 대책들이 여러가지로 제안되고 토론되고 있습니다.

2008년 새 정부가 들어서고, 같은 해 영화진흥정책을 입안, 집행하는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새 위원장과 위원이 선임, 구성되었기 때문에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책 방안들이 보다 새롭게 제출되고 토론될 것입니다.

지난 해 부터 이런 저런 토론회 자리나 대응책들을 토론하는 회의자리에 조금씩 참석하기도 했고, 많은 이야기들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에 대해 이런 저런 고민들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제안되고 집행되는 민간 혹은 정부 차원의 대책은 대체로 이런 것입니다.

먼저 민간 차원에서는 최근 몇년간 상승한 순제작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입안 집행하자는 제작예산 합리화가 토론되고 추진되고 있으며, 과도한 P&A 비용 등으로 인한 총제작비 상승 역시도 제작 예산 합리화에 맞춰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축소 집행하자는 합의가 도출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상영관 수익에 비해 DVD/비디오 등 이른 바 부가판권 시장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이 부가판권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민간과 정부 차원의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영화 저작권 보호를 위한 캠페인과 이른바 불법 콘텐츠에 대한 법적 물리적 대응이 집행되고 있으며, 불법 콘텐츠를 대신할 수 있는 합법적 콘텐츠 제공을 위한 서비스 역시 여러가지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 정책 차원에서는 한국영화 제작산업 수익율 붕괴가 코스닥 상장 열풍 등으로 인한 과도한 제작 편수 증가와 이에 수반한 콘텐츠의 질적 하락에도 있지만, 몇 개의 메이저 펀드가 주도하는 투자현실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판단, 영화 제작자의 보다 안정적인 기획 개발과 저작권 보호를 위한 중대형 펀드의 조성 등이 토론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많은 정책 대안들이 토론되고 있겠습니다만, 4기 영화진흥위원회는 현재의 위기 상황의 원인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보다 다른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부가판권 시장의 정상화와 확대, 제작 산업의 효율화와 안정성 구축 등 이전 정책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정책 책임단위는 위기의 원인을 이전 정책 담당자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정책들이 비슷한 정책들이라 하더라도 다른 모양새로 드러나게 될 듯 합니다.

아직 4기 영화진흥위원회의 정책 방향이 제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불가능하겠습니다만, 이전 위원회가 시행한 정책 방향에 대한 아쉬움과 새 위원회의 정책에서 고려되어야할 것들을 몇가지만 나열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영화 위기극복을 위한 영화진흥정책은 다음 세대를 위한 영화진흥정책이 되어야 한다.

먼저 한국영화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의 기조는 현재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다음 세대를 위한 진흥 정책이 되어야 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30대 이상의 현재 영화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위한 정책이라기 보다 10대, 20대 중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조금 부연하자면, 단순히 영화 산업의 경기 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처방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점유율 확대', '수익성 강화', '제작 합리화' 등 산업 중심의 사고나, '산업 진흥', '다양성 확보' 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야 가능합니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는 수익율 악화로 인해 투자가 되지 않는, 그래서 제작 편수가 줄어드는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는 한국영화의 미래가 다음 세대가 자신의 영화를 만들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있습니다.

한국영화 제작 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합리화되었을 경우 1년의 적정한 제작편수가 60편 내외라면 그래서 산업 영화 60편만 만들어지는 세상이 된다면, 영화 제작은 선택받은 소수만이 참여가능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시장에서 성공한 승자만이 다음 영화의 제작 기회가 보장되는 승자독식의 구조가 안착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영화 산업의 제작 편수가 100편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이 만들어내는 영화가 60편이 적정하다면, 산업 밖에서 더 다양한 영화(독립영화)들이 만들어 질 수 있어야 합니다. 독립영화를 만든 사람들 중 일부는 다시 산업 내로 들어가 산업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독립영화를 지속하며, 영화 문화를 다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낼 수도 있습니다.

독립영화는 단순히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영화 제작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지 않더라도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산업 밖의 독립적 영화 제작-배급 시스템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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