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충무로 생태계 구축?

영화정책 2008. 7. 30. 16:45
요즘 모 기관의 장께서 "OFF 충무로 생태계 구축"라는 표현을 쓰시더군요.
"OFF 충무로 생태계 구축"은 독립영화이나 인디영화, 혹은 예술영화의 진흥, 혹은 영화 문화의 다양성 확대라는 표현 대신 만들어낸 말인 듯 합니다.

19세기 중엽부터 미국 뉴욕시 맨하튼이 브로드웨이 대로에 각종 공연장이 세워져 브로드웨이 대로가 연예산업의 흥행 메카로 인식되자 "브로드웨이 = 공연연예산업"이라는 등식이 생겼고, 브로드웨이가 너무 거대해지고 상업성이 짙어지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보다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공연들이 등장했고 이를 "오프 브로드웨이"라고 불렀다지요. 최근에는 "오프 브로드웨이"도 규모가 커져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도 등장했다지요.

이 '오프 브로드웨이'를 한국 영화의 상징적 공간인 '충무로'에 적용시켜 만든 말이 바로 '오프 충무로'입니다. 생각보다 기발한 조어네요. 그런데 왜 충무로일까요? 브로드웨이도 길이름이니, 한국 영화를 상징하는 길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이 일면 자연스럽기도 합니다만, 말이 충무로지 이제 충무로에는 영화사나 영화관련 회사가 별로 없지 않나요?

"오프 충무로 생태계"라는 표현을 듣고 가장 뜨악했던 것은 '오프 충무로' 뒤에 붙어있는 '생태계'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그 기관의 장께서는 '자유주의자, 혹은 시장주의자 혹은 합리적 시장주의자'인지 알았는데, 언제 '생태주의자가'가 되셨을까요?

뭐 시장주의자라고 생태계라는 표현을 쓰지 말란 법은 없고, 생태주의자만 생태계란 표현을 쓸 수 있다고 법에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일단 패스. 그리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 누구든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칭찬할만한 일이겠지요.

그래도 노파심에 한말씀 더 보태자면 "오프 충무로 생태계 구축"이 관상용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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