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문화 다양성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영화정책 2007. 2. 1. 20:12

최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스크린쿼터제의 축소 조정을 전제로 마이너리티쿼터 신설 등의 정책 방향을 언론에 흘리면서 스크린쿼터제와 영화문화 다양성의 관계 등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 속의 영화문화의 다양성은 실질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스크린쿼터제를 축소하려는 입장과 스크린쿼터제의 무용성의 근거로 전유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주장을 살펴보면 그저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고 보장되어야 한다는 립서비스일 뿐이거나, 실체도 불분명한 마이너리티쿼터제가 필요하다는 식의 제기에 멈춰버릴 뿐, 실질적인 다양성 확보 방안에 대한 진지한 접근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언컨대 영화문화 다양성은 스크린쿼터제의 축소나 마이너리티쿼터제의 신설로 확대될 수 없다. 영화문화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정책에 대한 근시안적인 접근보다는 보다 근본적이고, 확대된 시선과 접근이 필요하다. 영화의 문화 다양성, 스크린쿼터제 등은 이러한 전제 속에서 다시 사고되어야 하며, 그 좌표가 다시 설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 속에서 보다 다양한 정책들이 실행될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문화 다양성의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정부나 정당이 실질적인 문화 다양성 정책을 고민한다면, 현재 산업 진흥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영화 진흥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장과 자본의 논리에 근거해서는 비시장적이고 반상업적인 영화 문화의 자리를 구체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 산업과 시장이 확대에 맞춰 문화 민주주의에 기반한 문화적 공공 영역을 확대할 때에야 비로소 문화 다양성의 자리는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독립영화 진영은 그간 정부의 영상정책이 문화 공공성에 기반한 정책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해 왔다. 독립영화 전용관의 설립, 영상미디어센터 및 시네마테크의 전국적인 설립 확대 등 공공적인 영상문화정책이 구체적으로 수립되고 강력하게 추진될 때, 산업과 시장의 조건 안에서는 보장되기 어려운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획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독립영화 전용관이나 영상미디어센터 등 독립영화 지원 정책의 확대만으로 영화문화의 다양성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문화 공공성의 원칙이 정부기구만이 인식해야할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한국 영화 산업 역시 문화 공공성의 원칙을 깊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산업에 의해 생산된 영화가 사회적,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가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접근이 있을 때,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한 어처구니없는 영화들의 생산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며, 보호받아야 하고 진흥되어야할 문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크린쿼터제의 유지 주장 역시 지금까지의 유지근거라고 할 수 있을 한국영화 산업 보호와 진흥의 원칙만이 아니라 문화 공공성의 원칙 속에서 재위치 지우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에야 영화 산업만을 위한 스크린쿼터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 다양성의 획득은 말만으로는 성취될 수 없는 어려운 과제이다. 정부와 영화계는 스크린쿼터의 축소 여부에 대한 지엽적인 싸움을 위해 문화 다양성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전면적이고 구체적인 문화 다양성 정책들과 과제들을 생산하고 추진해 가야할 것이다. 그 안에서 독립영화 전용관을 비롯한 독립영화 진흥 정책을 더욱 활발히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성 : 2004.09.21.
지금은 없어진 [COREA]라는 잡지에서 원고 청탁을 받고 쓴 글. 늘 하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아마 마감에 맞추지 못해 싣지는 못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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