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전체 스크린 수의 94.9%가 멀티플렉스, 독립영화가 상영될 가능성은?

독립영화 2014. 11. 6. 16:05

독립영화당의 2014년 3월 집계에 따르면, 지금 한국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스크린의 수는 모두 60개다. 이 통계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을 받는 영화관과 영진위의 지원은 받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예술영화관이라고 인식되는 영화관들(대표적으로 씨네큐브), CGV의 다양성영화관 무비꼴라쥬, 롯데시네마의 예술영화관 아르떼, 그리고 독립영화전용관을 모두 합한 것이다. (집계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다. 영진위의 지원을 받는 영화관만 집계하면 25개이며, 최근 결과가 발표된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을 기준으로 20개다.) 


그렇다면 이 스크린들에서 한국 독립영화가 상영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독립영화를 상영할 가능성이 있는 스크린’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전체 스크린 2,184개의 2.7%다.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가 20%인 것을 감안해보면, 독립영화가 상영될 가능성은 전체 스크린 수 대비 0.5% 이하인 셈이다. 독립영화 관객이 적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독립영화가 상영될 가능성이 있는 스크린의 지역 분포는 어떨까? 총 60개 중 절반정도인 29개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등 울산을 제외한 광역시에 모두 19개가 있다. 80%가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에 몰려있다. 이밖에 예술영화관이 있는 지역은 수원, 성남, 고양, 부천, 청주, 전주, 천안, 거제, 강릉, 안동 등 10곳이었다.(이중 거제와 안동의 예술영화관은 2014년부터 영진위의 예술영화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정리하면 서울과 5곳의 광역시와 10곳의 시에서만 독립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안타깝게도 독립영화를 보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대부분의 독립영화는 서울 중심으로 상영이 되며 서울 관객 비중이 매우 높다.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는 지역 스크린 확대가 필요하다. 1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독립영화들은 지역 관객 점유율이 서울 관객 점유율과 비슷하다.


독립영화는 배급 기회가 너무 적고, 상영관의 경우 서울과 지역 간 편차가 커서 지역 관객은 독립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이 불균형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 방향은 간단하다. 독립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스크린 수를 더 늘이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늘일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전국 영화관의 83.5%는 멀티플렉스다. 스크린 수로 계산하면 94.9%이며, 시장점유율은 총 관객 수의 98.4%, 매출액으로는 98.6%다. 그리고 이 중 대부분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다.(나머지 멀티플렉스는 8개 영화관, 76개 스크린뿐이다.) 독립영화가 상영될 스크린을 늘이는 우선적인 방법은 멀티플렉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멀티플렉스 내 독립영화가 상영가능한 스크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방향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방법이 이것만은 아니다. 멀티플렉스의 도입 이래 전 세계 곳곳에서 지역 영화관들이 폐관을 맞았고, 아예 영화관이 없는 지역도 늘어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사회적 경제’의 방식으로 영화관을 설립하거나 운영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지역 재생과 마을 만들기의 한 가지 방법으로 영화관을 설립․운영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일본이나 영국의 경우 과거 미니씨어터나 필름 소사이어티를 지역 재생을 위한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결합시켜, ‘커뮤니티 시네마(공동체 상영관)’을 설립․운영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 서울의 인디스페이스와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은 시민과 영화인의 모금이라는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설립․운영되고 있으며, 협동조합기본법의 발효이후 대전에는 마을극장 봄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대구에서도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를 중심으로 지역 최초의 민간 독립영화전용관을 설립해 마을기업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울산과 청주에서도 울산미디어연대, 청주 씨네오딧세이가 중심이 되어 지역 독립예술영화관의 설립․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영화의 다양성과 지역 영상문화 진흥을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 경제의 방식으로 풀어내려는 노력들이다. 


지역민과 지역영화인들의 자발적이고 자조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지역 예술영화관은 분명 기존의 영화관이나 멀티플렉스와 다른 지향을 가지고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민간의 노력들에 정책이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영화진흥정책의 관심과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


2014.09.25. [씨네21] 9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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