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CGV의 독립/예술영화 투자/수입/배급을 어떻게 볼 것인가?

독립영화 2014. 4. 30. 15:19


상영업은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영화 산업화의 기초인 상영업은 텔레비전, 비디오, 인터넷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때마다 위기를 겪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영화관의 개념을 바꾼 멀티플렉스 전환을 통해 보다 유연한 영화 판매로 수익성을 높여왔고, 대형화면, 입체 음향과 입체 영상 등 기술 혁신을 통한 새로운 관람 체험으로 한 편의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더 비싼 금액으로 판매하며 성장을 일궈왔다.


한국의 상영업도 마찬가지다. 95년 이래 멀티플렉스로 전환되며 ‘되는 영화’ 중심의 판매 전략을 구사해 높은 수익을 올려왔고, 보다 큰 스크린, 입체 영상과 음향 등을 통한 관람 체험 혁신은 물론, 보다 안락한 좌석, 사적 관람, 식사 등을 제공하는 특화된 서비스로 새로운 수요층을 찾아내고자 했고 멤버십 서비스로 보다 안정적인 수요층을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어디 이뿐인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수직계열화를 도모하고, 가격 경쟁 등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과점시장을 형성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국 영화산업이 가장 침체된 해였던 2008년 이래, 매년 기록적인 성장을 이룩한 이면에는 바로 이런 상영업자들의 피나는 노력과 혁신, 그리고 시장 지배력 강화가 있었다.


하지만 성장의 한계는 지속되는 위협이다. 과점 체계는 이미 완성되었고 기술과 서비스 혁신은 대부분의 사업자가 비슷한 수준이라 변별점이 되지 못한다. 기존 상영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과점 시장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 가격 경쟁은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유효한 수단이 아니다. 과점 체계 안에서 경쟁자를 이길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 CGV가 4DX와 스크린X 등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기술 개발만으로는 부족하다.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수요 창출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전략 중 하나가 바로 니치 마켓의 개발이다. 그동안 니치(틈새)은 주류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단순히 생존만을 추구하는 주변적이고 소극적인 의미로 받아 들여왔다. 하지만 획일적 대중에서 잡식성 대중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니치의 의미는 바뀌고 있다. 니치에 대응하지 못하는 거대기업은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있다. 반면 니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독립/예술영화는 그간 상영시장의 주변부로 취급되어왔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이자 새로운 먹거리다. 


최근 한국 최대의 상영업자가 독립/예술영화의 투자/수입/배급을 본격화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수직계열화가 보다 본격화되는 것이며 기존 사업자들에게 큰 위기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시도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분명한 것은 해당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성장의 한계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전략일 뿐이란 점이다. 


니치는 생태학에서 ‘생태적 지위’를 의미한다. 생태학은 생태계가 커질수록 새로운 종의 확산 및 다양하고 풍부한 동식물의 번성이 쉬워진다는 것을 밝혔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생태계의 번성을 이뤄내는 것이다. 최대 상영업자의 직접 참여로 인한 생태계 확대가 과연 풍부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까?


<씨네21> 952호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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