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도가니] 그때 그 지역의 영화관은 어디로 갔을까?

영화정책 2012. 12. 3. 10:55

스크린은 늘었지만 영화관은 줄어든 현실, 문화 복지로서의 영화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5월 의미 있는 영화관 설립 계획이 발표되었다. 전라북도 김제시와 임실군에 작은 영화관이 조성된다는 소식이었다.

올해 초 전라북도는 ‘작은영화관 조성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영화전용상영관이 없어 영화문화로부터 소외되어온 지자체 내 8개 시・군의 주민에게 다양한 영화 서비스를 제공하여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광역지자체에서는 최초다. 김제시와 임실군이 첫 해 조성 지역으로 선정되었고, 12월에 개관한다고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전국 영화관과 스크린 수는 각각 292개, 1,974개다. 영화진흥을 위해 영진위가 출범한 이듬해인 2000년에는 각각 376개, 720개였다. 10여 년 동안 영화관은 80여개 줄었지만 스크린은 2.5배 이상 늘었다. 영화관 환경이 멀티플렉스로 재편된 까닭이다. 그렇다면 멀티플렉스가 생기기 전엔 어땠을까? 1992년 전국 영화관은 712개였다. 이때는 1 영화관 당 1 스크린이 대다수였으니 지금과 비교하면 스크린은 2.6배 이상 늘었고 영화관은 60% 이상이나 증발했다. 영화관이 없어진 곳은 어디일까? 강원도 속초, 삼척, 태백, 경북 영천, 문경과 상주, 경남 나주와 사천, 전북 김제 등 인구수가 10만 명이 안 되는 지역들이다. 2011년 통계를 분석해보니 광역시를 제외한 기초지자체 60% 정도가 영화관이 없었다. 영진위 출범이래 총 관객 수가 3배 가까이 증가해 1억6천만 명에 이르고 1인당 영화관 관람횟수가 3회가 넘는다며 자축하는 동안, 더 많은 지역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못하는 곳이 되었다.


지역에 영화관이 없다는 것은 동시대의 영화 경험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영화가 1천만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다고 해도 그건 영화관이 있는 지역 이야기일 뿐이다. 영화관이 없는 지역 사람들은 보도를 통해 그런 정보만 알 수 있다. 영화를 보려면 영화관이 있는 인근 지역으로 가거나, 종영 후에 봐야 한다. 60% 기초지자체의 지역 주민들의 삶이 바로 이렇다. 영화진흥을 하겠다며 10년 넘게 사업을 펼친 결과가 이렇다. 영화문화를 시장에 맡겨놓은 결과다.


영화관이 멀티플렉스 중심으로 재편된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문제임을 절감했고, 지역 간 영화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만들고 집행해왔다. 영국 UKFC는 영화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 영화관의 설립 지원’의 근거를 만드는 연구를 몇 년 전 이미 진행했다. 그 결과 지역 영화관 설립과 운영을 돕는 ICO가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일본은 민간 주도의 커뮤니티 시네마 운동을 통해 비영리 지역 영화관 설립과 운영을 위한 방안들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단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특히 경제적 역할을 하는 영화관에 대해 연구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역 영화관이 분명 지역 사회에 경제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음과, 지역 영화관이 지역을 문화적으로 재개발할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음도 증명해 냈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이런 정책들이 소개된 바 있지만 깜깜 무소식이다. 지역 영화 문화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지만 영진위는 대책이 없다. 지난 4년간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이제는 문화향유권을 위한 정책도 펼칠 때가 되었다. 문화 복지로서의 영화정책이 필요하다. 관객을 박스오피스 수익으로 대상화하지 말고 진흥의 대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작은영화관 조성 계획]

이 계획은 2010년 11월 전북 장수군이 문예회관에 공공영화관 ‘한누리시네마’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 2개관, 좌석 총 90석 규모인 한누리시네마의 2011년 관객은 유료관객만 23,120명. 3D 영화도 전국 동시 상영된다. 전라북도는 영화관이 없는 김제, 완주, 진안, 무주, 임실, 순창, 고창, 부안 8개 지역에 2013년까지 총 68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각 50석 내외 2개관 규모의 영화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물론 1개관에는 3D 상영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원승환 

한때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의 소장으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운영과 공동체 상영 활성화 등의 일들을 했다. 현재는 소셜네트워크 문화정당 ‘독립영화당’ 을 만들어 놀고 있다. 영화정책을 재미있게 토론할 사람들(특히 경제학자)을 기다리고 있다. 연락 바란다. 트위터 @amenic_tweet


씨네21  (201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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