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장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제언

영화정책 2011. 11. 25. 15:13
(딴 걸 좀 해야하는데 또 메모질이다. 일단 막 던져보자.)
 
오늘 [사물의 비밀]의 감독이자 제작자인 이영미 감독과 [량강도 아이들]의 제작사 김동현 대표가 함께 기자회견을 했단다. 

기자회견 제목은 "벼랑 끝에 선 독립자본 영화제작자들".

기자화견에서 나왔을 듯한 이야기가 솔직히 새삼스럽지는 않다. 올해만 해도 여름 개봉작 [소중한 날의 꿈]이 이와 유사한 일을 당했고, 2009년엔 [집행자]와 [하늘과 바다]의 제작사와 출연진이 유사한 문제를 제기했다. 저예산영화, 독립영화 등이 시장 지배적 멀티플렉스 사업자들로 부터 외면 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알고 보면 이런 일은 1년 내내 벌어진다. 개봉하는 독립영화/저예산영화는 모두 이런 일을 당한다. 정상적으로 볼 수 없는 일들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양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주 가끔 독립영화 보다 더 많은 제작비와 홍보비를 들였으나 역시나 같은 불이익을 당한 영화의 제작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뿐, 너무나 당연한 듯 독립영화는 스크린을 공유한다. (절대로 아름다운 공유 정신의 실천은 아닐텐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영화진흥을 책임져야할 영화진흥위원회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심하게 말하면 도대체 뭘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고민을 하실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2001년 이른바 '와라나고' 사태 이후 제도화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 독립영화전용관 지원 사업 말고는 뚜렷한 상영 시장 공정 경쟁을 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해는 한다. 강제적인 규제 조항(법)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영진위가 시장을 제어할 어떤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닐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냥 놓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먼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은 아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한국영화 시장을 제대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영화 시장은 "(독)과점 질서가 안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독)과점 질서가 안착화 되면 질서 내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영위할 자리가 허락되지만, 질서 밖의 플레이어들에게는 넘기힘든 장벽이 생겨버린다. 너무나도 가혹한 장벽 말이다. [사물의 비밀] 등이 겪은 문제는 이 영화의 제작/배급사가 안착된 (독)과점 질서 밖에 있는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 셈이다.

영진위는 "공정경쟁환경조성특별위원회"를 꾸렸다면, 영화인들이 불공정 행위를 신고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불이익을 받을 게 뻔한데 누가 알아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나? 특위를 꾸렸다면 현재 시장이 어떤지, 공정경쟁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조사부터 해야한다. 시장의 경쟁 환경이 어떠한가를 명확하게 규정한다면, 그 때 그 판단에 따라 필요한 정책들을 생산하고 집행하면 된다.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공정경쟁환경조성특별위원회에서 '영화시장 공정지수'를 개발하든지, 영화문화다양성을위한 소위원회에서 '상영시장 다양성 지표'를 개발하든지 해서 매시기 '영화 시장이 공정한가 아니한가' 혹은 '다양성이 보장되는가 아니한가'를 공개하여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이라도 해야할 것이다. 이것도 엄연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매우 기초적이고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정확하게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기사를 통해 보면 영화 개봉 하루 전에야 계약서가 오가고, 그 전에는 정확한 개봉 스크린 수와 개봉 일수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오늘 기자회견을 한 사람들이 영진위 해당 특위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번 사안에 대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조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해야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하다못해 계약서를 사전에 작성하지 않는 것은 누구를 위한 관행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대안을 못만들어도 좋으니 현실을 제대로 조사라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판단부터 먼저 하자. 말로만 떠는 것보다는 생각보다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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