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터넷과 독립영화

독립영화 2009. 6. 11. 19:26

인터넷, 얼마만큼 이용하시나요? 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었습니다. (언어의 문제만 없다면) 세계 어느 곳의 소식이라도 접할 수 있고, 먼 곳의 친구를 사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화와 맞물리며, 과거엔 접할 수 없었던 수많은 콘텐츠들에 접근이 가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젠 오랜 이야기가 되었지만 ‘냅스터’를 통한 음악 파일의 공유는 음반 산업의 입장에서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악재로 여겨졌지만, 음반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음악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을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냅스터’ 등을 통해 최근 유행하는 음악을 접하기도 하지만 이 어플리케이션의 최대 매력은 아주 어렵게 희귀 음반이나 라디오 등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미지의 월드 뮤직이나, 인디 음악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산업 밖에 존재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음악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문화적 욕구는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켰고, ‘제작과 감상’이라는 측면에서 어쩌면 음반이라는 녹음기술의 등장 이후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목도했던 시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혁신적인 변화’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과도하게 선전되어 왔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음악 파일의 공유는 음반 시장을 죽이고, ‘가수를 멸종’시킬지도 모르는 범죄행위로 선언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모든 공유 활동은 불법적인 활동인 것처럼 호도되었고, 인터넷의 기술적인 진보가 범죄의 원인인 양 여론몰이 되었습니다.

물론 디지털 압축 기술과 인터넷 기술의 진보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월드 뮤직과 인디 음악의 접근 기회 제공은 음반 제작 혹은 수입이라는 ‘상식적인’ 음악 접근의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90년대 중반 인디음반사를 통해 몇 천 장의 ‘직수입’의 과정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던 인디 아티스트들의 음반은 더 이상 정식으로 출시되지 못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효과는 비단 음악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디지털 압축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에 비해 고용량인 영화 역시 활발하게 공유되기 시작했고, 독일의 관련 조사에서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의 발전에 의해 가장 먼저 시장이 줄어드는 곳은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로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산업에 비해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영화 시장이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모든 공유 활동은 불법’이라는 공식이 마냥 타당한 것만은 아닙니다. 문제를 심화시킨 것은 ‘기술의 발달’과 ‘공유 정신’이 아니라 다른 것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기술의 발전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첫째, 현재 콘텐츠 시장의 문제는 저작권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기업적’으로 콘텐츠를 활용하기 때문인 측면이 큽니다. 개인 사용자나 개인 사용자들 간의 공유를 지원하기 위해 웹 스토리지를 제공하는 척 하면서 ‘초고속 패킷’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둘째,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사업화’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명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 또한 쉬이 넘길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음원’ 시장의 문제는 콘텐츠 생산자보다 유통자에게 과도하게 수익이 배분되는 왜곡된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시장을 키워도 생산자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아주 이상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디지털이나 인터넷 기술의 공과를 따지기 전에 잘못 만들어진 사업 구조부터 되돌아봐야 합니다. 이것이 바뀌지 않는다면, 산업의 논리대로 ‘불법 공유’를 차단한다 하더라도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산업을 경유하지 않은 창작과 수용의 과정을 모두 불법화하는 논리입니다. 기술의 변화를 디스크와 테이프를 기반으로 한 기존 산업의 논리에만 가두려고 하는 시도는 기술 발전이 가져올 ‘그 어떤 가능성’들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독점적 야욕일 뿐입니다. 기존의 산업 구조를 경유하지 않더라도 창작자와 향유자가 만날 수 있는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가 기술 발전을 바라보는 기본적 입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다면 지금까지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 생산과 소비의 방법을 찾고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독립영화에게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미지의 영역’이지만 ‘새로운 도전’입니다. 산업의 논리를 답습하지 않고, 기술 발전이 가능하게 하는 공유의 정신을 어떻게 스스로가 만들어낼 시스템 안에 녹여낼 수 있는지는 향후 독립영화가 관객들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만들어진 소통의 방법들을 무조건 거부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溫故知新’, 산업의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산업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방기하는 기회들을 찾고 시도해야 합니다. 기술 발전 자체가 세상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이 결합될 때, (아직은 모르지만) 우리가 바라는 소통의 양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INDIE SPACE ON PAPER. 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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