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를 위한, 독립영화를 통한 교감

독립영화 2009. 6. 11. 19:24

이런 저런 이유로 독립영화 대한 미디어의 관심이 높아졌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독립영화에 대해 취재하려고 하는데 현재 촬영하고 있는 독립영화는 없나?”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은 TV 방송이 취재 협조 요청이 할 때 주로 합니다. 독립영화라 하더라도 영화에 대해 취재하는 것이니만큼 촬영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그림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만 합니다. 하지만 매번 그 시기 촬영 중인 독립영화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 별다른 도움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가끔은 평상시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 아주 가끔 무슨 일이 터질 때에만 반짝 관심을 보일 뿐이면서, 다짜고짜 촬영 현장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최근에도 이런 식의 요청을 가끔 받습니다. 모른다고 하기보다 어떤 영화라도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촬영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의 정보를 알려주기도 합니다만, 다큐멘터리 영화의 경우는 극영화의 촬영 현장처럼 ‘그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다지 반기는 기색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처럼 제작발표회를 하거나 촬영 중 홍보를 위해 현장 공개를 하지 않습니다. 여느 영화도 촬영 현장에 누군가 찾아오면 촬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현장 공개를 반기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제작비가 넉넉하지 못한 독립영화가 촬영 지연이 예상 가능한 상황에서 현장 공개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독립영화가 제작발표회나 현장 공개 등을 하지 않는 것은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런 걸 하더라도 취재하는 기자들이 없기 때문에 굳이 그런 자리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 진짜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취재 요청에 협조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독립영화 제작, 배급 소식을 모으고 밖으로 알리는 것은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영화를 창작하는 이유는 창작자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것도 있겠지만, 완성한 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고 교감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겠지만, 만들어진 영화의 존재를 알려 가치를 공감하게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입니다.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는 제작발표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적극적으로 제작과 배급 정보를 알려낼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제작 등의 정보를 알리는 것은 단순히 영화의 정보를 알리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주제에 동의하는 동지들을 만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제작을 위해 제작 후원 등이 필요한 영화의 경우에는 든든한 후원자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많은 영화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영화의 제작을 알리고, 후원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각자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알리는 것은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영화를 알리면서 자신의 영화를 통해 독립영화를 알게 된 사람들에게 다른 독립영화를 알려준다면  이런 과정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독립영화를 알게 되고, 영화에 대한 기대도 갖게 될 것이며, 완성 후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인디스페이스가 “인디스페이스 온 페이퍼”에 독립영화 제작 소식과 배급 일정을 알리는 지면과 블로그 등에 제작, 제작 후원, 배급 일정 등을 알리는 페이지를 신설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서로 많은 소식을 나누는 일들은 상영만을 통한 독립영화제작자와 관객의 교감을 넘어 제작 중인 영화를 매개로 제작자와 관객이 제작자와 뜻을 함께 하는 동지로, 든든한 후원자로 관계 맺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길게는 공적 지원에만 기대지 않는 독립영화의 자급적 제작 모델이 복원되고, 더 길게는 독립영화를 매개로 한 문화적 공동체가 만들어지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비록 순진한 믿음이라 하더라도 작은 시작이 현재의 모습을 조금은 희망적으로 바꿔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더 많은 리스트를 만들 수 있도록 인디스페이스로 소식을 알려주시고, 여러분들도 모아진 정보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정말 봄이 왔습니다. 늘 행복한 나날 되세요.

INDIE SPACE ON PAPER. 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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