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협동의 정신으로 - 대안배급사 리틀빅픽쳐스 출범에 대한 첨언

협동조합 2013. 11. 11. 18:14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 등이 새로운 투자배급사 리틀픽빅쳐스를 설립했다. 일단 10개 사의 참여하지만, 제협 회원사 등을 대상으로 참여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리틀빅픽쳐스는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영화 투자배급시장에서 신선한 시도이자 실험이다. 


제작사 당사자가 협동의 방식으로 대안을 만들어가겠다는 의도는 매우 주목할 만하다. 현재 영화시장은 창작자가 아닌 자본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에 고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고용하겠다는 의지는 무척 반갑다. 하지만 협동의 의지만으로 시장의 안착과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리틀빅픽쳐스의 행보에 지지를 보내며, 협동의 확대를 위해 향후 고려할 점들을 몇 가지 나열해 본다.


협동한다고 하지만 사업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5억 원의 자본금을 마련했다지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금이 필요하다. 이때 주주 자격이나 출자 규모 등을 잘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는 사업체의 성격 및 의결권과 직결된다. 협동조합의 경우 1인의 출자좌수는 전체의 30% 이내로 제한되고 각 1개의 의결권을 부여되지만, 주식회사는 다르다. 출자 제한이 없으며 규모에 따라 의결권이 부여된다. 설립의 의도와 다른 성격의 주주가 참여하거나 의결 구조가 민주적이지 않을 경우 협동을 해칠 우려가 있다. 처음의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주 구성 및 의결 구조가 잘 정비될 필요가 있겠다.


다음으로 사업의 대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다. 주주만을 대상으로 할지 열어놓을지에 따라 사업의 방향은 달라진다. 주주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폐쇄적이 될 수 있고, 열어놓을 경우 무임승차의 문제와 참여자와 사업이 분리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임승차의 문제는 공유지의 비극을 불러와 조직의 미래를 해칠 수 있다. 가급적 협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


가장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은 공정성을 어떻게 구체화 하느냐다. ‘공정’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다. ‘합리적 수수료와 공정한 수익 배분’을 정하는 과정은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려울 수도 있다. 기존 배급사와의 차이는 이런 것들로 외화될텐데, 별 차이가 없다면 변별점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제작사에게 유리하게 결정하기도 힘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수준을 설정함과 동시에, 리틀빅픽쳐스에 대한 일반적인 신뢰도 함께 구축해가야 한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리틀빅픽쳐스의 출범은 의미 있는 행보임은 분명하다. 리틀빅픽쳐스가 자신을 규정해가는 과정은 한국영화산업의 건강한 시도와 도전으로 기록될 것이다. 부디 리틀빅픽쳐스라는 협동의 의지가 성공해, 영화계 전반에 협동의 활기가 넘쳐나길 기대한다.


씨네21 (20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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