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영화라는 말에 대한 메모

영화정책 2013. 4. 12. 13:33

간간히 등장하는 '다양성 영화'라는 말은 우파 진영에서 좌파라고 부르는 쪽에서 만든 말이랍니다. 이 말을 만든 곳은 좌파가 문화권력을 잡고 있었다고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시기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입니다.


영진위가 이 단어를 만든 이유는, 제가 추정하기로는 영국의 영화정책에 등장하는 'Specialized Films'처럼 영화진흥정책을 펼칠 때 산업영역의 영화가 아닌 영화, 진흥을 따로 고민해야할 영화들을 한 덩어리로 부르는 이름이 필요해서 일겁니다.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예술영화, 인권영화' 등등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이를 한 방에 정리하는 이름으로 '다양성 영화'가 등장한 것이지요. 


따지고 보면, 나머지 총합을 이르는 것이었는데, 실제 이 말을 만든 사람이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자연스럽게도요.


이 말을 만든 쪽은 공격받는 좌파인데, 이 말을 가장 열심히 활용한 쪽은 아이러니 하게도 '뉴라이트'와 '자본/CJ'였지요. 한쪽은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 다른 쪽은 '다양성영화전용관 무비꼴라쥬'.


아마도 '독립영화/인디영화'라는 말이 특정한 가치 지향하는 것처럼 느껴지기에 이를 대신할 것이 필요했고, 그래서 뉴라이트도, 자본도 '다양성 영화'라는 말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네요. 몰가치를 지향한 가치의 말이랄까요?


'다양성 영화'의 영어 번역은 'Specialized film'이 아니라 'Diversity film'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다양성이 '문화 다양성'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사실 이 말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다문화'의 가치를 이미 내포하게 되는 것이고, '반차별'의 의미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방식의 해석이라면, '독립영화'보다 훨씬 진보적 가치를 가진 말이 됩니다. 

과연 '다양성 영화'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은 문화 다양성이 지시하는 의미를 인식하며 선택했을까 궁금해지네요.


앞으로도 '다양성 영화'라는 말을 써야 한다면,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정책이, 자본이, 뉴라이트가 지향하는 다양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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