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09 EPL 10R. Man Utd Vs. Hull City : 2008.11.02.

TRACE 2008. 11. 2. 16:21
이번 시즌 돌풍의 헐시티라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경기 시작 3분만에 호날두가 첫 골을 넣었고, 23분 헐시티가 동점을 만들긴 했지만 6분여 뒤 캐릭이 두 번째 골을, 그리고 전반이 끝나기 전 호날두가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을 때까지 오늘 경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쉽게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리그가 끝날 무렵 박빙의 1위 경쟁에서 필요하니 이런 경기에서는 골을 많이 넣어 골득실을 늘여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후반에 들어서도 비디치가 발로 네 번째 골을 만들었고, 스코어가 4:1로 벌어졌을때는 더 많은 골이 터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길 줄 알았다. 골이 안들어가 신경질적 모습을 보였던 루니까지 골을 넣는다면 금상첨화. 이렇게 생각했을 뿐.

그러나 나니가 테베스로 교체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판 '판타스틱 4'가 함께 뛰기 시작한 때부터 뭔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헐시티 교체 선수 망디의 인상적인 슛이 골이 되었고, 테베스와 루니는 경쟁적으로 골을 넣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과하게 불태웠지만, 공격진의 짜임새는 뭔가 부족해졌으며 캐릭이 긱스로 바뀐 다음에는 전방으로 찔려주는 긱스의 멋진 패스를 보기 보다는 갑자기 미드필드에서도 헐시티에 밀리는 꼴이란... 게다가 페널티 구역에서 퍼디난드가 실수해 세번째 골을 헌납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베르바토프를 영입한 후, 퍼거슨 경이 루니, 호날두, 테베스와 함께 베르바토프를 모두 뛰게 하지는 않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지난 10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경기에서도 4명을 모두 뛰게 하더니만 이번에도 스코어가 4:1이 되자 다시 '판타스틱 4' 카드를 빼어들었다.

리그 내 강팀과의 경기나 챔피언스리그에서 4명을 모두 활용하는 강력한 공격을 위해 골 차가 많이 나는 경기에서 4명의 공존을 실험해 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솔직히 지난 라운드 경기도 이번 라운드 경기에서도 그리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겠다. 선발로 자주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테베스는 골을 넣어 자신을 증명하겠다는 듯 매번 독주하고, 루니는 이번 시즌에서 만큼은 호날두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듯 과도한 욕심을 부린다. 그나마 베르바토프가 골 욕심이 없는 듯 해서 다행.

루니-호날두-테베스-베르바토프 조합이 성공할 수 있을까? 뭐 대단히 궁금한 건 아니지만 어떻게 가능할지 조금은 궁금하다. 퍼거슨 경은 긱스나 스콜스 같은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이 판타스틱 4의 성공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건 그렇다 치고, 그렇게 4명이 다 나오면 박지성은 어디서 뛰나. 흐.

새벽에 축구를 여러 경기 보는 건 정말 체력에 부담되는 일이다. 경기 시작만 보고 잠들었던 리버풀과 토트넘의 경기는 토트넘의 역전승으로 끝. 카윗이 첫 골 넣는 걸 보고 잠이 들었는데 토트넘의 승리라니 토트넘, 뭔가 변화가 있긴 한가 보다. 리버풀, 정말 올해는 우승할 수 있을까? 첼시를 이기고 승승장구할 줄 알았더니 토트넘에게 발목이 잡히다니. 다시 그건 그렇다 치고, 헐시티, 아직까지는 정말 물건인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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