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영진위, 인디플러스 파행운영 특단 조치 필요하다

독립영화 2013. 5. 21. 11:24

지난 4월 24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직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이하 전용관) 인디플러스의 운영위원 4인이 사퇴했다. 허경 프로그래머의 계약 해지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퇴한 운영위원들에 따르면 다른 스태프들도 근로 계약 종료 후 파견직으로 전환되었고, 2~3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인디플러스의 정상적인 운영이 위협받고 있는데 정작 운영주체인 영진위는 책임 있는 답변과 대책을 내놓지 않았고, 이런 영진위의 무책임과 무능력이 사퇴의 진짜 원인이었다. 


애초에 영진위가 전용관 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한 이유 중 하나는 ‘독립영화의 안정적 상영 및 활성화 기여’였다. 그런데 정작 사업 시행 2년 뒤 반대의 상황을 맞았다. 2011년 당시 영진위는 전용관을 잘 운영하도록 하겠다며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수차례 약속했지만, 모두 공수표였다.


전언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인디플러스 인력의 정규직 채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영진위의 입장이라고 한다. 조직 운영과 정원∙인사관리에 관한 사항들을 영진위가 임의로 정할 수 없고, 기획재정부가 정한 경영지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변명일 뿐이다. 공공기관의 조직 및 인력 운영에 대한 경영지침은 직영 결정 전인 2007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인력 문제는 어차피 해결해야할 과제였다. 영진위는 직영 결정 당시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년 동안 해결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해결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직영 계획을 밝힐 때부터 인력 문제를 과제로 언급했어야 했다. 만약 인디플러스 개관 후 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았다면, 보다 이른 시기에 이를 공론화했어야 했다. 전체 영화인들에게 알리기가 힘들었다면 최소한 인디플러스의 운영위원들과는 적극적으로 협의했어야 했다. 운영위원들은 인디플러스 사업에 있어 영진위와 영화인 사이의 가교역할이다. 하지만 영진위는 운영위원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 들러리를 세운 것이다.


프로그래머 계약 해지 이후 발생할 업무 공백을 매우기 위해, 영진위는 인디플러스 프로그래밍 업무의 단기 위탁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영진위가 만들어놓고, 해결은 영화인들에게 떠넘기는 꼴이다.


영진위의 전용관 사업은 벌써 6년째다. 이쯤 되면 사업이 안정됨은 기본이고 성장해야 마땅하다. 향후 사업 계획이 어떻게 확정되든 더 이상 혼란을 겪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씨네21 (20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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