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의 흥행에 대해

독립영화 2009. 2. 19. 13:01

2009년 첫 개봉하는 독립영화인 <워낭소리>의 관객들의 반응에 새삼 놀라고 있습니다. 2008년 가을 즈음 이 영화의 기술 시사 때부터 잘 포지셔닝해서 소개하면 좋은 관객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1월 15일, 인디스페이스 등 전국 7개관에서 개봉한 후 7일 만에 1만 명이 영화를 본 데 이어, 개봉관이 19개로 확대된 24일까지 사흘 만에 1만 명이, 26일까지 이틀 만에 다시 1만 명의 관객이 영화를 봤고, 27일에는 하루에 1만 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관람했습니다. 29일까지 5만 명이 넘게 관람하면서 <워낭소리>는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가장 많은 관객을 만난 영화가 되었습니다. 인디스페이스 개관 이래 가장 많은 관객이 찾은 영화도 바로 <워낭소리>입니다. 아직도 여전히 상영 중이고, 1월 29일을 기점으로 더 많은 극장에서 상영될 계획이라 최종적으로 얼마만큼의 관객이 영화를 볼 것인지 가늠할 수 없는데다 아직 연초일 뿐이지만, <워낭소리>는 단연 올해 한국영화계의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워낭소리>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호응하는 이유로는 가장 먼저 관객과 공명해낸 영화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겠습니다. <워낭소리>는 다큐멘터리이지만 영상과 사운드를 분리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관객의 심리를 자극하고 이끌었다는 점에서 저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의도적 왜곡이 아니라는 것 등을 감안해 볼 때, 영화를 통해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소통시켰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가 좋으면 관객은 따라온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비춰보자면, 영화가 좋기 때문에 관객이 알아서 찾아온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워낭소리>의 배급 과정은 영화만 좋다고 만사가 잘 풀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환기시키기도 합니다.

우선 <워낭소리>의 기록적인 관객 반응은 상업적인 영화들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한 제작사와 배급사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콘셉트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관객들의 입소문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대규모 사전 시사를 진행하여 입소문을 적절하게 유도해 내었고, 이에 더해 배우 권해효씨와 감독 방은진씨에게 ‘다큐프렌즈’라는 홍보 역할을 맡겨 영화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배급에 있어서도 예술영화관과 멀티플렉스에 차이를 두었는데, 멀티플렉스의 경우 상영관의 성격을 고려해 입소문이 난 후 상영되도록 1주일 정도 시차를 두고 배급한 전략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작사와 배급사의 열정만으로 이런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제작/배급진 노력 외에 성과를 만들어낸 변수로는 TV 영화프로그램에 소개된 것과 예술영화관이 아닌 스크린에서의 확대 상영을 들 수 있겠습니다. 먼저 TV 영화프로그램의 경우 지금까지 개봉 상영한 많은 독립영화들은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 대중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높지 않아 많은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는 TV 영화 프로그램에서 소개될 수 있도록 접촉해왔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들은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는 상업영화들에게만 기회를 줄뿐, 독립영화는 외면해 왔습니다. <워낭소리>는 TV 영화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몇 안 되는 독립영화 중 한 편입니다. 여기서 다른 독립영화 역시 <워낭소리> 같은 기회를 얻었다면, 지금까지의 결과와는 달리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을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예술영화관이나 멀티플렉스 내 예술영화 스크린 외에서도 <워낭소리>가 상영되면서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도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독립영화의 경우 흥행하더라도 멀티플렉스 내 예술영화 스크린 외에는 상영되지 못해왔습니다.<후회하지 않아>나 <우리학교> 같은 작품들도 인디영화관 등으로 명명된 스크린에서만 제한적으로 상영되었을 뿐,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멀티플렉스의 지방 사이트에서는 상영되지 못했습니다. 멀티플렉스 외 지역영화관의 경우 디지털 상영시스템 등이 없기 때문에 주로 디지털 미디어로 제작되는 독립영화가 상영되지 못했습니다. <워낭소리>의 경우, 적극적인 관객 반응으로 일반적인 멀티플렉스에서도 상영될 수 있었고, 이는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독립영화들이 <워낭소리>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이런 결과들을 통해 독립영화에 대한 관객들이나 상영업자들의 편견이 하나둘씩 깨지고 있다는 것은 지적해야겠습니다.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순간일 뿐 더 알려지고 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올 한해도 또 다른 많은 독립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아 나섭니다. 관객과 독립영화의 행복한 만남이 더 자주, 폭넓게 이뤄지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INDIE SPACE on PAper (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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