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이전

TRACE 2007. 6. 24. 19:34
제가 일하는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실이 이사를 합니다.
이사 때문에 지난 주부터 그동안 만들었던 [독립영화 DVD]을 옮기고, 발행했던 책들을 정리하는 등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 나와서 책상을 정리하고 있답니다. 주말에 짐싸는 걸 극구 반대했지만, 이런 저런 사유로 시간이 생기기도 했고, 다음주 화요일(6월 26일)이 이사일이라 더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 사무실에서 짐을 정리했네요.

개인적으로는 올해는 정말 이사하는 해인가 봅니다. 올 1월에는 서울에 살고 있는 자취방 이사를 했고, 지난 5월 19일에는 부모님이 사시는 대구 집이 이사를 했답니다. 그리고 6월말에 사무실이사를 하고, 다시 7월 중순이나 8월 초순경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이사를 하면, 4번의 이사를 하게 되네요.

이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건, 짐을 많이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것입니다. 잘 정리를 하지 않는 성격이라 짐들을 한번 정리해 놓으면 다음부터는 그냥 위에다 다시 짐을 얹고 살죠. 그래서 자주 지저분해지기도 하고, 짐이 늘어나기도 하네요. 잘 정리하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없는 것들은 자주 자주 버리는 것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단순히 짐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이런 저런 과거의 일들이 담긴 종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센티멘탈해지니까요. 디지털화된 파일은 다시 열어봐도 왠만해선 과거의 심상에 젖게 하진 않는데, 먼지가 뭍고 색이 바랜 아날로그들은 바로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합니다.

지금 있는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아현동 사무실에 이사를 온 것이 2002년 3월 12일이었으니까, 2007년 6월 26일 이사를 가면, 1933일만에 이사를 가는 것이네요. 와, 참 긴 시간입니다. 지금 있는 사무실에 참 많은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겠네요. 처음 이사를 왔을 때는 사무국 배급팀장이었는데, 이제는 5년간의 사무국장 직무를 그만두었으니까, 사무국장 5년을 다 보낸 셈이네요.

재미있는 건 2002년 3월 12일 이사를 오고, 사무실 배치를 몇번이나 바꿨는데, 저는 그때마다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책상의 위치의 방향이 바뀌었을 뿐 같은 자리를 고수해 왔습니다. 처음엔 배급팀장이었는데, 구석을 그 다음은 그냥 구석자리가 좋아서 구석을 유지했는데, 그레서 더 세월의 때가 많이 묻어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나 봅니다. 필요없어 보이는 종이 서류들은 마구 버렸습니다. 필요없는 것들을 끌어안고 살지 말자, 라고 괜한 다짐도 해 봅니다. 너무 센티멘털한 건가요..

새로 이사 가는 사무실은 마포구 공덕동입니다. 2000년 즈음 동교동 지하 사무실에서 시작된 마포구 시대가 계속됩니다. 동교동-아현동-공덕동.

새 사무실은 지금 있는 사무실보다 더 넓고, 더 잘 꾸며질 예정입니다. 독립된 비디오 시사실/라이브러리도 생기고, 독립된 회의공간도 생기고, 창고도 잘 정리해서 짐들을 관리하기도 쉬워질 것 같네요. 한독협이 돈이 많아서 잘 꾸미는 건 아니구요. 한독협의 신임 사무총장이자,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학교>의 프로듀서인 고영재 총장님이 사비를 털어 사무실을 꾸며 주셨답니다.

나중에 이사가면 집들이에 많이들 찾아오세요. 그리고 앞으로 한독협 사무실을 찾는 분들, 그리고 취재하시는 분들께, 대학 동아리방 같은 어수선한 사무실이 아니라, 깨끗한 사무실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흐뭇합니다.

한가지 아쉬운 건. 이사하는 사무실이 정말 집에서 가까운 곳인데, 저는 이제 이 사무실로 출근할 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걸어서 5분 거리인데 말이죠. 아쉽다고 되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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