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지역 독립예술영화관을 함께 설립하자!

독립영화 2014. 12. 30. 10:14

오늘 여기, 한국 독립영화가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유통’이다. ‘배급’이 아니라 유통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배급은 유통 과정 중 ‘도매’에 해당할 뿐이기 때문이다. 배급은 배급사가 영화를 상영관 등 관객이 영화를 구매하고 관람할 수 있는 창구들에 영화를 공급하는 도매이고, 관객이 영화를 직접 공급받는 과정이 ‘소매’다. 소매에는 상영관에서 영화를 판매하는 것, 그리고 DVD/블루레이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것, 인터넷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현재 한국 독립영화는 규모가 작긴 하지만, 나름대로 도매에 해당하는 배급 시스템은 갖췄다. 하지만 소매는 여전히 부족하다. 최근 개발된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오프라인 영화관과 달리 물리적 제한이 없어 시장 참여가 ‘열려’ 있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시장은 1차 창구인 오프라인 영화관 중심이다. 영화관에서 제대로 개봉이 되어야 온라인 플랫폼 등 부가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문제는 영화의 유통 중 1차 창구인 ‘상영 시장’이다. ‘영화관에서 상영될 가능성과 빈도를 어떻게 높이느냐’,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생산이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영 기회를 확보할 것인가’가 오늘 여기, 독립영화는 해결해야 한다.


해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존 영화관의 스크린을 활용해 독립영화가 상영 가능한 스크린을 확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영화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첫 번째의 경우 수요 과점을 돌파해야 가능하고, 두 번째는 새로운 영화관 설립 주체가 확보되어야 한다. 


첫 번째 경우의 가장 쉬운 방법은 주요한 상영사업자가 자신의 의지로 스크린을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기존의 사업자들은 독립/예술영화의 상영을 반기지 않는다. 1위 사업자인 CGV는 전체 스크린의 1.7% 정도를, 2위 사업자는 롯데시네마의 경우는 1% 이하의 스크린에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며 생색만 내고 있을 뿐이다. 기존 사업자의 자발적 의지가 없다면 독립/예술영화 상영을 위해 공공 재원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도 있다. 과거 CGV아트하우스와 롯데시네마 아르떼는 (스스로 원했든 아니든) 영화진흥위원회의 보조금을 받았다. 하지만 거대기업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것도 여의치 않다면 법으로 규제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관련 법률이 입법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 다른 방법인 새로운 영화관을 만들어내는 것은 영리 사업자가 새롭게 시장에 참여하여 영화관을 만드는 것과 지자체가 공공 재원으로 영화관을 설립하는 것, 그리고 영화관의 필요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경제의 방식으로 영화관을 만드는 것 등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다. 하지만 독립예술영화관의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사업자의 참여는 요원하다. 지자체가 직접 영화관을 설치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예술영화 상영을 위한 영화관 설립은 만만치 않은 예산이 필요하다. 시설만 짓는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운영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의 고용과 사업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렇게 매년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하기에 쉽게 실현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지역 독립예술영화관의 필요에 대한 지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최근 자발적인 방식으로 지역 독립예술영화관 설립을 설립하는 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설립 방식은 기업이나 지자체를 설득하기보다 지역 독립예술영화관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단체와 사람들을 중심으로 설립추진모임을 구성하고, 적절한 공간을 선정한 후 모금을 통해 설립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다. 설립 과정에서 영화관의 필요성이 지역 사회 내에서 공감을 얻는다면 모금액도 늘어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지자체 등의 지원도 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자발적인 설립에 지자체나 (지역)기업의 후원이 더해진다면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방식도 쉽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영화관의 설치와 장비 구입에는 큰 비용이 들며, 관리와 유지에도 비용이 꽤 든다. 반면 시장에서 포기(?)한 영화들을 상영하게 되므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혹시라도 상영 영화 중 흥행이 되는 작품이 생기면, 인근의 영화관에서 동시 상영해 관객을 뺏기는 일도 생길 것이다. 또 영화관이 오래될수록 장비 및 시설의 교체가 필요해지므로 큰 규모의 추가 투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영관의 설립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후원 등의 방식으로 조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지역 독립예술영화관을 만들어야 할까?


답변을 하자면, “그렇다”다. 이 방법이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며, 바람직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발적으로 만드는 영화관이 성공하려면 지역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있어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영화관을 만들어도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어차피 이 문제는 돌파해야한다. 관객⦁시민의 후원 등으로 만드는 방식은 이 관심과 참여를 설립 초기에 집중시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시민의 참여가 해결되지 않으면 영리 사업자는 시장에서 패퇴할 것이고, 공공 재원으로 만든 경우는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들을 것이다.


자발적으로 영화관을 만드는 것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자본이나 정치권력의 통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공공 재원으로 만들어진 영화관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발적인 영화관은 다르다. 자본이나 정치권력이 설립한 것이 아니므로 이 영화관을 임의로 통제할 수 없다.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독립적 지역(독립/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상영되고 있는 것은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역 독립예술영화관은 독립영화의 자생적 기반을 확대하는 중요한 대안이다. 영화관이 만들어지면 혜택을 보겠다는 ‘무임승차’의 자세가 아니라, 이 ‘공공재’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독립영화는 지원을 받아야 하는 영화를 이르는 이름이 아니다. 스스로 일어서는 영화다. 이를 위해서는 협동과 연대가 필요하다. 독립영화인들에게 요청한다. 지역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설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KMDb 독립영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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