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독립예술영화관 설립 운동, 2014년 11월초 현단계의 진단

독립영화 2014. 11. 6. 17:12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에 의해,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등의 위탁 사업자가 바뀌게 된 2010년 이후, 독립영화계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자생, 자립"이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인디포럼 2010의 포럼 "독립(자생)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제목의 포럼이 아니었나 싶어요. "독립"영화가 다시 "자생"이나 "자립"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역설적이기도 합니다만, 그만큼 독립영화가 그간의 생존 기반에 대해 반성적으로 사고했다는 것이겠죠.


저도 이무렵 독립영화가 진정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많이 생각했습니다. 2010년부터 비영리 경제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협동조합"을 시작으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공부도 시작했지요.


그 고민과 공부의 결과는 우리가 흔히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부르는 독립영화는 “생산수단을 창작자가 소유하는 생산양식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라는 것으로 이어졌고, 현재의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독립영화가 고유의 생산양식은 물론 유통양식을 스스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접근 방식은 ”시장 경제의 교환이나, 공공경제의 재분배에만 의존하지 않는 협동과 호혜의 사회적 경제"였습니다.


이 시기부터 예전부터 고민했던 "공동체 상영/커뮤니티 시네마"에 대한 접근이 (개인적으로 평가할 때는) 좀 더 넓어지고 구체화되었으며, "협동조합 영화관 연구" 등을 통해 실제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독립영화의 유통 기반을 만들어갈 수 사례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설립된 민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강릉의 독립예술극장 신영을 통해 한국에서도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경제의 방식으로 독립영화의 과제인 자생과 자립의 기반을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들겠지만, 가능하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자본이 제공하는 최소한의 기회에 만족하지 말고, 공공경제에 전면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2012년부터 부산, 대구, 울산, 창원 등의 지역을 다니면서 사회적 경제 방식의 지역 독립예술영화관 설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최근 들어 조금씩 이 지역 독립예술영화관과 관련해서는 어렵지만 돌파구가 만들어지는 듯하여, 왠지 가슴이 혼자 벅찹니다.


대구 지역이 조만간 사회적 경제 방식의 영화관 설립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어낼 것이고, 이 놀라운 도전은 부산, 청주 등의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11월에만 지역 독립예술영화관 설립에 대한 토론회가 4곳(천안, 청주, 서울,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 중 청주는 11월 20일에 있을 관련 토론회 이후 사회적 경제 방식의 지역 독립예술영화관 설립을 아마도 선언하게 될 듯하고, 부산도 '부산 독립영화 정기상영회'의 성공을 기반으로 11월 24일, 토론회를 다시 개최하며, 지역 독립영화전용관 설립을 보다 가시화 시킬 예정입니다. 지역 독립영화관 설립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지자체의 후원이 없다면 대구처럼 자체 투자 및 후원 모금 등의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할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부산에 독립영화전용관 만들어질까" http://goo.gl/VAUcTr)


11월 14일 토론회를 개최하는 충남 천안에서도 토론회 이후 어떤 식으로든 지역 독립예술영화관 설립에 대한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고, 이미 2014년 지역자치단체 선거에서 지역 독립예술영화관 설립에 대한 후보자들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질문했던 울산도 내년에는 보다 구체적인 설립 방향이 세워지겠지요. 그리고 "다양성영화 상영회"와 "경남독립영화제" 등을 개최해오고 있는 경남 창원에서도 지역 독립예술영화관 설립 논의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제주 씨네아일랜드, 인천독립영화협회 등이 포진하고 있는 제주도와 인천시에서도 멀지 않은 시기에 관련 논의가 보다 가시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시화 되지 않는다면 펌프질이라도 할 생각입니다.)


11월 19일엔 인디스페이스에서 현재의 흐름들을 점검하는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현재의 도전이 가능성이 있는지, 좀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하기 위해서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무엇보다 지금의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 협동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아마도 이 도전들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오랜 후에 지금을 독립영화가 자립의 기반을 스스로 만들어가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로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 그런 기억이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물론 쉽지 않을 겁니다.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겠지요. 그리고 이런 지역 영화인과 관객의 노력에 문화체육관광부나 영화진흥위원회, 그리고 관련 지자체들이 호응을 해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과 공공기관의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어가는 것, 또한 중요한 도전이 될 겁니다.


좀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힘을 모아주세요. 지역 독립예술영화관의 설립은 독립영화 유통의 기회 확대를 통한 독립영화의 성장에도, 지역 문화와 영화의 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겁니다.


원래는 이런 글을 쓰려고 했던 게 아닌데, 무슨 출마선언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제가 느끼는 현재의 상황을 여러분과 좀 더 자세히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니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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