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하반기 개봉 예정 독립영화 3 : 색화동 by 공자관

독립영화 2007. 8. 8. 18:43
2007년 하반기 개봉 예정 독립영화 중 세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공자관 감독의 <색화동>입니다.

공자관 감독은 독립영화 쪽에서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감독입니다.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색화동>이 공자관 감독의 첫번째 영화이기 때문이거나, <색화동> 이외에 만든 영화들이 완성도가 떨어져 영화제 등을 통해서 소개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공자관 감독이 독립영화 쪽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뭐 간단합니다. 공자관 감독은 <색화동> 이전 14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고, 배우 이상아가 이민주라는 이름으로 출연했던 CGV초이스의 5부작 시트콤 <밥만 먹고 못 살아>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그 작품들이 독립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상아가 주연한 <밥만 먹고 못 살아>는 물론이고, 공자관이라는 이름으로 검색 가능한 <깃발을 꽂으며>, <로또걸>, <에로 서브웨이>, <하지마>, <이태원 버스> 등의 영화들은 모두 성인영화입니다. 이른 바 AV영화업계에서 활동하였기 때문에 독립영화 쪽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AV 쪽에서 공자관 감독은 꽤나 유명했을 법 합니다. AV 업계에서 잘 나가던 클릭영화사 소속 감독으로 하소연 등 당시 잘 나가던 배우들과 많이 작업을 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유명해진 건 2002년 SOFA(한미 주둔군 지위에 관한 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날 때 SOFA 개정을 소재로한 영화를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 <태극기를 꽂으며>라는 제목의 영화는 2차에 걸친 등급보류를 받았는데요. 1차 등급 보류 사유는 태극기가 들어간 제목, 태극문양이 들어간 속옷이 등장한 것, 미군 병사의 한국 여성 강간씬과 부시라는 특정인물의 인용, 그리고 음부/음모 노출 등이었습니다. 이후 심의 내용을 수용해, 제목을 <깃발을 꽂으며>로 변경하고, 영화를 수정한 후 넣은 2차 심의에서는 1차 심의에서 지적되었던 미국과 관련된 내용들을 언급하며, 국제적 외교관계 훼손의 위험, 반미의식 고취 위험이 있다는 등의 사유로 등급 보류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이야기가 딴 쪽으로 많이 새었네요. 제가 공자관 감독을 처음 만난 것은 바로 이 사건 때문이었는데요. 2003년 겨울 <태극기를 꽂으며>의 시사와 함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보류 판결에 대한 문제들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딴지일보, 문화연대, 그리고 단국대 교수, 클릭 영화사 관계자와 함께 한 자리에서 공자관 감독을 처음 만났고, 그후 3년만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재회하게 되었네요. 2003년 만난 공자관 감독은 AV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자신의 영화 작업이 단순한 성적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사람이어습니다.

<색화동>은 영화과를 졸업한 주인공이 주류영화 일을 찾다 우연히 일하게 된 AV영화 제작현장에서 만나는 일들, 관계들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공자관 감독의 자기 반영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AV 영화의 제작 현장의 뒷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AV 영화 제작 현장과 산업의 뒷 이야기를 파헤치는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는 오히려 AV 업계에 종사하게 된 주인공 진규의 성장영화라는 성격이 더 강조되는 작품입니다.

공자관 감독은 <이태원 버스>로 AV업계를 떠났다가,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온 셈입니다. 클릭영화사의 지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서울독립영화제 상영 이후  <후회하지 않아>를 만든 청년필름을 통해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07년 하반기 영화진흥위원회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 개봉작품으로 선정되었고, 제작사 측에서는 올해 11월 정도 개봉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색화동>은 청년필름 블로그를 공식 블로그로 하여 영화에 대한 각종 자료와 개봉 소식을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색화동> & 청년필름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gbfilms

<색화동>은 최근 독립영화 중에서 가장 이색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이지만, 소재에 함몰되지 않는 균형감각과 영화에 대한 진정성을 담은 작품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족입니다만, 대구에서 영화를 시작한 후 서울에서 독립영화 감독의 길을 가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김삼력 감독의 <아스라이>와 공자관 감독의 <색화동>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 2007년 하반기 개봉 예정 독립영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by 양해훈
<은하해방전선> by 윤성호
③ <색화동> by 공자관
④ <택시블루스>  by 최하동하
⑤ <작별>, <어느날 그 길에서> by 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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