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운동의 새로운 연대를 위한 독립영화 진영의 과제와 역할

독립영화 2007. 2. 1. 16:41

기술발전은 미디어 환경을 급격히 바꾸고 있다. 인터넷의 비약적인 발전과 디지털 비디오, 퍼스널 컴퓨터에서 운용 가능한 편집프로그램의 개발 등은 지금까지 매스커뮤니케이션 영역이 공고히 유지해왔던  송신자와 수용자의 경계를 지원가고 있으며, 통신 영역의 기술발전은 매스커뮤니케이션과 퍼스널커뮤니케이션의 경계 역시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지금까지의 미디어에 대한 대응 역시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된(될)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 과제들을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것은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기존 미디어에 대해 새롭게 제기되는 과제들에 대한 대응과 실천들조차 벅찬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새로운 미디어의 대응책을 미리 준비하기란 더욱 벅찬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미디어 운동 진영의 미디어에 대한 대응이 개별 미디어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설정되어 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의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에 따라 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이며, 그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향을 설정해내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새로운 대응이 의미하는 것은 '다른 미디어'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미디어에 대한 '다른 대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독립영화 진영 역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해와 이에 기반한 입장의 재정립과 전술의 수정이 요구되고 있다. 여기서 독립영화 운동이 애초에 대안 미디어운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지적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미디어 운동으로서의 독립영화 운동에 대한 재접근은 미디어에 대한 독립영화 진영의 입장을 재정립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전제가 될 것이며, 변화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 전술을 설정하는 데에도 주요한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독립영화 진영은 지상파 방송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라는 구체적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독립영화의 정체성을 과제 안에 어떻게 녹여 낼 것인가의 문제 앞에서 방향에 대한 합의는 유보되고 있다. 독립영화 진영이 언론운동 단체 및 시민사회 영역과 퍼블릭 액세스의 제도화 운동을 함께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독립영화'의 방송 개입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대응책을 합의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의제 설정을 위해 필요한 방송 매체에 대한 이해와 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예를 들어 스스로를 '영화'라는 틀 안에 한계지우는 독립영화 진영의 한 경향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을 수동태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독립영화를 '영화'로 이해하는 입장은 방송에 대한 접근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주류영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고착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결과는 미디어 환경 내에서 독립영화의 위상을 위축 시키게 될 것이다.  

독립영화 진영이 기존 미디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 못한 상황과 달리 주류영화 진영은 기존 미디어는 물론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도 이미 대응하고 있다. 주류영화는 지상파 방송은 물론, 케이블 방송과 위성 방송을 상품을 재판매하는 윈도로 활용하고 있으며, 새롭게 등장한 모바일 서비스도 영화 홍보를 위한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통신회사의 컨텐츠에 대한 요구는 주류영화 진영의 영화 홍보에 대한 요구와 적절하게 부합되었던 것이다. 영화 예고편, 하이라이트 편집본 등이 모바일 컨텐츠로 제공으로 시작된 접근은 모바일용 영화 등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적극적인 형태로 모바일 미디어를 점유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접근은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문화상품의 시장 다각화의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이것들을 모바일 서비스에 적절한 콘텐츠인양 사고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을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동의할 수 있는 접근으로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인기 여배우의 누드 서비스와 함께 새로운 미디어의 영역을 상업적 영역으로 연착륙 시키는데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독립영화 진영의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단순히 홍보, 배급 및 유통망의 확장 정도로만 이해하는 주류 영화의 접근을 답습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입장 속에서는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사고와 대안 창출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립영화 진영의 미디어에 대한 다른 접근은 어떠해야할까?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예를 들어 이런 것이라면 어떨까? 송신자와 수용자의 경계가 지워져가는 현재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직시하고 제작자와 시청자를 분리시켜 경계 짓는 기존 미디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동해내는 역할 같은 것 말이다. 이런 의제들을 미디어 운동 진영과의 연대 속에서 견인해 낼때, 독립영화 운동이 제 역할을 분명하게 해내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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