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멀티플렉스 내 1개관을 대안 스크린으로 만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독립영화 2013. 8. 23. 17:38

독립영화당이 8월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독립/예술영화가 개봉 상영되는 상설 스크린의 수는 전국적으로 60개다. 이는 지원을 받는 예술영화관과 독립영화전용관, 그리고 멀티플렉스 사업자가 운영하는 예술영화스크린, 여기에 지원을 받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예술영화관으로 간주되는 영화관을 모두 더한 숫자다. 8월 5일 현재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가입 스크린 수가 2,429개이니, 전체의 2.4% 정도 된다. 


이 60개의 스크린은 한국 독립영화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한국 독립영화 외에 수입 예술영화와 메이저가 제작⦁배급하는 저예산영화도 상영된다.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전체의 20%이고, 한국 독립영화, 한국 저예산영화, 수입 예술영화가 집계되는 통칭 다양성영화 시장에서 수입 예술영화가 강세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독립영화가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최대한 후하게 추산해도 전체 스크린의 1%가 안 된다.


1%도 안 되는 기회를 기반으로 개봉하는 한국 독립영화는 연간 50여 편 가량 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교차 상영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한국 독립영화는 개봉 당일에도 스크린 당 1~2회 정도의 기회를 얻을 뿐이다. 과연 이게 정당한가? ‘승리가 아니라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쿠베르탱 남작의 올림픽 강령은 독립영화 개봉에도 해당한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다. 차이가 있다면 쿠베르탱 남작은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한 말이었다면, 독립영화 개봉에 있어 ‘성공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라는 점 정도다.


50여 편의 독립영화가 보통의 상업영화처럼 교차 상영되지 않고, 20개 스크린에서 2주 정도 상영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대략 40개 정도의 스크린이 필요하다. 한국 독립영화만 1년 내내 상영하는 경우에 말이다. 이를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함께 상영하는 스크린으로 환산하면,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20%이니 어림잡아 5배수인 200개 정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전국 멀티플렉스는 263개였다. 과거 멀티플렉스 내 1개 스크린을 대안 스크린으로 확보하자는 영비법 개정안을 현재에 적용해 보면 263개 정도의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다. 과거 개정안을 독립영화 개봉이 일반화된 2013년 현재의 관점으로 보면 큰 의미가 있는 셈이다. 


이  제도를 시행해 보면 어떨까? 모든 멀티플렉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행하는 것이 과도하다면 폭을 좁혀볼 수도 있다. 영화 시장 경제 정의 실현을 목적으로 수직계열화한 시장 지배적 상영사업자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요구하며 의무를 부과할 수도 있겠다. 이 경우 2012년 기준으로 196개의 스크린이 확보가능하다.


씨네21 (201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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