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 독과점 규제법안 중 멀티플렉스 내 대안상영관 1개 설치 법안에 대해

독립영화 2013. 7. 24. 15:05

영화산업 독과점 규제를 위해 스크린 독과점도 규제하고, 수직계열화도 법으로 금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요. 이런 주장들과 함께 멀티플렉스의 1개 스크린을 대안상영관으로 규정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2006년 천영세 의원실의 법안과 2013년 최민희 의원실 법안에 공히 들어있는 이야깁니다.


멀티플렉스 내 대안상영관 1개 의무 설치는 메이저 영화의 다양성이 아니라, 독립/예술영화들의 상영을 법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인데요, 생각보다 독립영화 쪽에서는 이 의견에 대해 별 언급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 천영세 의원실 법안이 제출되었던 2006년, 멀티플렉스 내 대안상영관 1개 의무설치에 대해 그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습니다. 나쁜 정책이라기 보다는 독립영화의 배급 능력을 먼저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감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대안상영관이든 마이너리티쿼터든 이를 시행하면서 영화관에 보조금을 주자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멀티플렉스에 줄 보조금이 있다면, 그 예산으로 독립영화전용관을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답니다. (2006년엔 독립영화전용관이 없었고, 2007년 11월 개관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독립영화전용관이 생기고, 독립영화 배급이 어느 정도 활성화된 2012년, 대안상영관 1개 설치는 다르게 다가오네요. 200~250개 정도의 대안스크린이 생긴다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의 안정적 시장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략 계산을 돌려보니 200~250개 대안스크린을 확보하고 이중 한국 독립영화에게 20~25%의 기회가 제공된다면, 최소 50~80편 가량의 영화에게 '교차상영 없이 온전히 상영되는 10~15개 정도의 스크린을 2~3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만큼 많은 관객을 만나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 정책을 수용할 때 고려해야할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대안상영관에 보조금을 줄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보조금을 주는 것에 반대합니다. 그만한 예산이 있다 하더라도 영화관 사업자에게 대안상영관 운영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면 안됩니다. 오히려 대안상영관은 경제 정의의 실천 차원으로 사업자들이 수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멀티플렉스에 의무를 부여하기 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한 해 대안상영관 설치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합니다. 체인화된 CGV, 롯데 시네마 등에만 대안상영관을 설치해도 꽤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기존의 독립적 예술영화관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영진위 지원으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독립적 예술영화관들은 멀티플렉스에 대안스크린이 200개 이상 만들어지는 즉시,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될겁니다. 시장 논리라고 생각하며 그냥 문을 닫게 할 것인지, 아니면 꾸준히 지원을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셋째는 기존의 독립영화전용관의 위상을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현재의 독립영화전용관들은 독립영화 배급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했습니다만, 스크린이 200개 이상으로 확대된다면 현재와는 다른 역할을 부여받아야할 것입니다. 더 비영리적인 영화들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네 번째로, 개봉관이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만큼의 P&A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전국적인 개봉이 가능해진다면 현재처럼 3천만원 내외의 마케팅 비용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개봉을 위한 마케팅 투자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이끌어낼 것인지 계획이 세워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멀티플렉스 내 대안상영관 설치를 통해 독립영화 개봉관이 확대된다면 지금까지의 독립영화 개봉 패턴과 전혀 다른 개봉 패턴을 고민해야 합니다. 


스크린이 200개로 늘어나는 것을 하루에 1~2회 상영되는 스크린이 100~200개로 늘어나는 것으로 오해해선 곤란합니다. 스크린이 늘어나면 교차상영없이 '정상적으로 상영되는' 스크린을 확보한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며, 무조건 많은 스크린을 잡기 보다는 다른 영화의 개봉을 고려하는 등으로 적절한 스크린 수를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국적으로 10~20개 사이의 스크린을 우선적으로 검토해 볼만 하지 않을까 싶네요. 


급하게 쓴 글입니다만, 현재 법안의 대안상영관 문제를 좀 더 깊이있게 고민하는 계기 정도는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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