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2006 영화문화다양성정책에 대한 평가: 정책과 제작을 중심으로

독립영화 2007. 2. 14. 16:00

매년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한국 영화계의 2006년은 참 다사다난했다. 하지만 2006년에 일어난 일들은 예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90년대 후반부터 지속된 일련의 일들이 2006년에 와서 중대한 변화를 맞았다거나, 구체적으로 이슈화되었다거나, 문제의 바닥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2006년 한국영화계의 주요한 이슈들을 돌아보는 것은 (이 간담회가 다루고 있기도 한) 1999년부터 2006년까지의 영화계 이슈들을 일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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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년 한국영화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노무현 정부의 일방적인 스크린쿼터제의 축소 결정이었다. 멀게는 70년대 말부터 구체적으로는 80년대 중반 한국경제의 시장개방이 본격화되던 시절부터 미국 영화산업이 요구해 왔던 ‘스크린쿼터제의 폐지 혹은 축소’는 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의 한미투자협정 체결 시도로 다시 재 점화되었다가 영화인들의 축소 반대 투쟁으로 잠시 잠잠해졌었다. 그랬다가 2006년 1월 초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위한 선결 조건의 하나가 되어 기습적으로 축소되었다. 2006년은 스크린쿼터제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영화인들의 투쟁이 가열차게 진행되었던 한 해였다.

그러나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긍정적 시선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최근 2~3년 사이 스크린쿼터제는 한국영화의 다양성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하여 ‘한국산 독립영화(와 저예산영화)’나 이른바 ‘(수입) 예술영화’가 국내 상영시장에서 소외되는 문제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냐는 논란에 발목을 잡혔다. 이 논란이 스크린쿼터제와 한국 영화 시장의 다양성 문제를 적절하게 연관시켰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할 수 있겠지만, 스크린쿼터제의 논란을 별도로 하더라도 한국 영화의 다양성 문제, 그리고 한국 영화 상영 시장의 다양성 문제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제기된 이슈였다. 이 다양성 문제는 2006년 여름, 영화 <괴물>의 스크린독과점 논란으로 이어지며 보다 영화산업의 독점화에 대한 우려로 전환되기도 했다.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입장은 여러 가지였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역시 다양하게 개진되었다. 충분하게 논의가 진행되었는가는 별도로 평가해야겠지만,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넘어 멀티플렉스라는 상영공간이 가지는 문제와 한계가 표면화된 것과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 상황을 통해 한국영화산업의 독과점 문제가 제기된 것은 다양성 문제의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수직계열화를 통한 독점화, 이로 인한 양극화 이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제기되어왔던 영화 제작 스태프의 노동권 확보 요구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설립으로 이어지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함께 단체교섭을 진행한 것도 2006년 한국영화계의 중요한 이슈였다.

그리고 2006년 2월 1일 시행된 ‘영파라치’ 제도로 본격적으로 점화된 불법 다운로드 문제도 빼놓을 수 없겠다. 비디오산업(DVD 산업)을 그저 부가시장으로만 바라보던 제작자들이 비디오시장이 축소되고 이를 대체할 DVD 시장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하자, 부가시장의 붕괴와 이를 통한 한국영화 산업 축소 문제가 제기되었고, 온라인 저작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이라는 구체적 쟁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부가시장 붕괴 논란은 한국영화의 수익률 저하 문제와 맞물리기도 했다. 2006년 한국영화 제작산업은 연간 제작 편수가 100편을 넘는 근래에 보기 드문 활황을 이룬듯했지만,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어 신규투자가 급감하자 영화산업의 위기론으로 극적 전화가 이뤄졌다. 여기에다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 급격히 감소하고, 앞서 언급한 부가시장 붕괴가 덧붙여지면서 한국영화산업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2002년 CJ엔터테인먼트와 시네마서비스의 상장으로 시작된 영화산업의 상장열풍이 자본 확대를 통해 제작 활성화와 산업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과잉 공급으로 인한 급격한 불황을 불러오고 만 것이다. 마이너스 수익률은 마케팅비와 제작비의 과잉논란과 함께 제작합리화라는 과제로 수렴되기도 했다.

이밖에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으로 인한 D-Cinema 도입도 2006년 한국영화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이 간담회에서 다루는 주제가 산업 부문이 아니라 문화 다양성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산업 전반의 문제를 길게 나열한 것은 문화 다양성 부문이라고 부르는 영역이 산업의 영역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들 아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되겠지만, 영화는 다른 산업과 매우 다른 성격을 지닌 독특한 성격의 산업이다. 영화 산업의 생산품은 시장 내에서 유통되는 상품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민족적, 언어적, 사회적 의미를 갖는 문화적 생산물이기도하다. 그로 인해 사유재적 성격도 가지지만, 공공재적 성격도 가진다. 이런 탓에 영화 정책에 대한 논의는 하나의 방향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양방향을 골고루 사고하면서 토론되고 접근되어야 한다. 정책 역시 이 두 성격을 공히 함께 고려하면서 입안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2006년 한국 영화산업의 문제들은 산업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문제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진흥정책’이 존재한다면 이 문제들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 계획을 세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화시켰어야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한국의 영화진흥정책은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했을까? 이에 대한 평가가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나 앞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한 대응 방향들을 잡아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제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진흥 정책이 이 두 성격을 공히 사고하면서 입안되고 추진되었는지 살펴보자.

2006년에 발생한 한국영화계의 이슈 중 스크린쿼터 문제는 단순히 영화진흥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많은 것들 중 일련의 흐름을 예측 가능한 것들은 있었다. 영화산업의 독과점 문제나 이에 의한 양극화 문제, 제작 부문의 다양성 파괴와 멀티플렉스의 등장과 확대, 그리고 배급-상영의 수직계열화로 인해 상영 시장이 양극화되고 다양한 국내외의 영화가 상영되거나 배급될 기회가 축소되는 것 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은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미디어환경의 변화에 따라 비디오 산업이 축소되는 것 역시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또 마케팅 비용의 증대로 인한 부풀려진 제작비를 통한 제작비 증가의 악순환과 과잉 투자로 인한 과잉 제작과 이를 통한 수익률 저하, 투자 축소와 산업 전반의 불황 역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예측 가능하다고 해서 예상된 모든 문제가 발생되기 전 해결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응 방법이 쉽게 찾아지지 않을 수도 있고, 예측하더라도 정책적 대응이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은 없는지,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대응 방향이 제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대응을 하지 않았거나 대응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는 점검되어야 한다. 만약 그런 것이 있었다면 이후에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영화는 산업화될수록 안정적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독)과점 체제는 투자-제작-배급-상영을 일원화하는 수직계열화와 영화-미디어를 가로지르는 수평계열화를 통해 구축된다는 것 역시 이미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독)과점화된 시장 조건은 산업 양극화를 조장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문화의 다양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상식에 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현실에 개입해야할까?

영화진흥정책의 기조를 산업의 안정적 기반 구축과 이를 통한 성장으로 잡았다면,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과점 체제(이를 테면 메이저 투자배급사, 전국화된 멀티플렉스)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제작-배급-상영의 순환구조를 만들어 안정적인 한국영화 산업을 위한 투자 환경을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일정하게 인정한다. 그러나 과점적 체제를 산업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받아들였다면, 이를 통해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더라도 성장한 이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대응 계획들(예를 들면 다양성을 저해하는 흐름에 대한 규제 정책 등)을 함께 수립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이와 함께 산업 영역에서 책임질 수 없는 영화 문화적 영역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화적 영역을 진흥시키기 위한 공공적 정책 계획들을 입안하고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과연 한국의 영화진흥정책이 그러했는가? 적절하게 정책들이 수립되고 추진되어왔는가? 수립되고 추진된 정책들은 존재하고 일정한 성과도 있다. 그러나 ‘적기에 그리고 충분하게’ 관련 정책들이 입안되고 추진되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현실의 모습이다.

상영환경의 예를 들어보자. 멀티플렉스가 상영 환경의 주가 될 경우 단관 극장들이 살아남기 어렵고, 멀티플렉스가 기업적으로 체인화될 경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극장들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기업화된 멀티플렉스가 제공하는 영화 선택의 범위가 다른 시장의 조건 하에서보다 넓지 못하게 될 것이며, 스크린의 증가는 반드시 관객을 위한 영화의 보다 많은 선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적은 수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보다 많은 기회의 장소를 의미하게 될 것도 충분히 해외의 사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기 위해서는 멀티플렉스 이외의 다양한 상영공간들이 필요하며 이러한 상영공간의 다양성을 통해 상영되는 영화의 다양함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면 멀티플렉스 내에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멀티플렉스 외에 다양한 상영 공간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책, 그리고 상업적 영화관 이외의 공공적 영화관의 시범적 운영 등의 정책이 입안되고 추진되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라는 정책이 있었고, ‘예술영화관 지원 정책의 확대’가 연구되었지만 정책의 연착륙에 많은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정책의 추진방향이 논의 중이다.

독립영화의 상영환경은 어떤가? 독립영화 진영은 '독립영화의 상영 활성화‘를 위해 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의 설립을 90년 말 대부터 꾸준히 요구해 왔다. 하지만, 독립영화전용관은 필요한 정책으로 언급되면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영화진흥위원회 3기가 구성될 때까지 추진되지 못했다. 3기에 와서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은 과거에 비해 여의치 않다. 이미 다양한 영화의 상영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는 영화관들은 폐관 되었고, 무엇보다 상영시장은 독립영화전용관 1관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전용관의 설립과 운영은 당장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영화 상영관의 다양화를 위한 정책적 실험으로도 의미가 있기에 추진되고 있다. 만약 독립영화전용관이 거대 멀티플렉스 체인이 상영 시장을 지배하는 시절이 아닌, 하나의 스크린이 상징적 의미를 발휘할 수 있었던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가정에 불과하지만 1개의 영화관이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지고 운영의 경험이 쌓였다면 스크린이 양극화되고 있는 현재의 조건 속에서도 그나마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공간으로 역할 할 뿐 아니라 현재 요구되는 다양한 상영관의 설립과 운영의 모델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는 시기가 늦어버려 독립영화전용관의 스크린 1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오히려 축소된 것은 아닌지 평가해 보아야 한다.

물론 상영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의 적절성에 대한 입장의 차이나, 독립영화전용관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상이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 게다가 가정에 근거한 것이라면 더더욱 다른 입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상영 환경의 변화로 나타난 다양성 훼손의 문제는 정책이 적절하게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을 현실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정책이 부족했다는 점은 드러나는 부분은 이 뿐만은 아니다. 독립영화 제작과 상영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정책이 98년 이후 꾸준히 진행되었고, (디지털) 장편영화에 대한 지원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공공 자금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들이 안정적 상영 기회와 공간의 확보 속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지고 평가받을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심지어 영화진흥위원회의 마케팅 지원을 받은 작품들조차 상영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정책들이 입안되고 진행되고 있지만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해결되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필요한 정책이 입안되어 적절한 시기에 충분하게 실행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에 대한 영화진흥정책을 하나하나 따져 공과를 평가하기 이전에 이런 질문을 해보자. 지원정책을 통해 영화가 제작되고 상영되고 있는데, 과연 안정적으로 독립장편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구조는 만들어졌는가? 그리고 독립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독립영화의 배급 구조는 안정적으로 만들어져 있는가?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문화 다양성을 위한 정책이 빠뜨린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책이 지향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가 보다 분명해 질 것이다. 개별적인 작품에 대한 제작과 상영을 위한 지원은 있지만, 독립영화가 안정적으로 제작되고 배급되고 상영될 수 있는 구조는 여전히 만들어지지 못했다.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구성할 영화들이 산업의 영역과 ‘일정한’ 독립성을 가지고 제작(혹은 수입)할 수 있는 시스템과 상영할 수 있는 공간들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제작(수입)된 영화와 창구/관객 사이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산업에서 독립된 배급의 역할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영화 산업의 구조에서 일정하게 독립된 제작-배급-상영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개별적인 제작 노력, 배급 노력, 상영 노력들은 자리를 찾지 못하고 흩어지게 될 것이다. 2006년 현재, 다양한 영화가 활발하게 제작되거나 배급, 상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진흥정책이 개별적인 영화/영화인에게 집중되었을 뿐, 제작, 상영, 배급 구조를 형성하고 구조화하는데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개의 영화 제작에 대한 지원, 배급을 위한 마케팅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구심점과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그 노력들은 매번 단절되어 흩어져 버릴 것이다.

왜 ‘독립적인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가? 이는 자명하다. 영화의 문화 다양성을 위한 영역은 주류 영화 산업에 기생하는, 혹은 부차적인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문화의 영역이 작동하는 방식은 영화산업의 작동 방식과 유사한 형태를 띨 수는 있겠지만 같지는 않다. 오히려 진흥정책이 문화적 영역이 무한경쟁, 이윤추구 등의 양태만을 띠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주류영화가 시장에 진입하고자 할 때에는 산업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지탱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정책 접근은 영화산업 이외의 영화 문화적 영역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보다 분명한 정책적 입장이 세워진 속에서 구체화될 수 있다. 한국의 영화 문화 안에서 한국영화 제작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넘어, 한국영화 제작 안에서 주류영화의 제작과 독립영화의 제작은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한국영화 문화 안에서 외국의 비주류영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정책 관점이 보다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각각의 영역의 역할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며, 다른 역할에 따른 지원정책의 의미와 방향성이 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

이 간담회 발제가 독립영화의 정책과 제작에 대한 부분이니만큼 제작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야겠다. 현재의 독립영화 제작 현실은 영화는 만들어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원정책은 존재하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독립영화 제작 환경을 만드는 데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독립영화 제작의 미래는 보다 전문적이며 안정적인 제작 구조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지원 정책은 이런 요구를 반영해야할 것이다.

현재 진흥 정책에 대해 몇 가지만 구체적으로 지적하자면, 가장 먼저 제작 지원 정책의 지향과 의미가 구조화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의 제작 지원 정책에서 제작 지원 정책의 효과가 한국의 영화 제작 전반에서 어떤 의미이고, 상영 시장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의미가 불분명하다. 단순한 독립영화, HD 방송영화, 예술영화 제작지원을 통해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 질 기회를 만든다는 차원을 넘어, 만약 연간 40~50편의 영화를 제작지원한다면 이 영화가 해당 연도의 한국영화 제작 전반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가 정리되어야 한다. 특히 장편영화의 경우라면 기계적으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전체 한국영화 제작산업에 대한 의미, 그리고 비주류 영화가 산업과의 경쟁 속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를 적절하게 판단하면서 지원을 통해 제작될 저예산영화/독립영화의 편수가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독립영화 제작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제작지원금 총액의 증액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지원을 통해 제작된 영화들을 통해 독립적인 배급 구조의 틀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배급 구조의 마련을 통해 다음 영화의 제작에 소용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결국 제작의 문제는 배급의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위해서 지원 금액이 현실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단편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재의 지원구조는 장편영화의 안정적 제작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50% 이하의 제작비 지원 등의 지원 방식은 영화의 배급 상영 기회가 만들어져 있지 못한, 그래서 영화 제작을 통한 수익 구조가 전혀 만들어져 있지 못한 상황에서 제작자들에게 그저 지원금 이외의 제작비 50% 이상을 부채로 남겨줄 뿐이다. 그리고 초저예산의 영화는 방송 등이 요구하는 일정한 질을 담보할 수도 없게 한다. 그렇기에 지원작의 제작비 지원 규모 역시 현실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몇 천만원짜리 영화를 어렵게 만들어서 극장에 상영하는 신기한 제작 형태가 독립영화 제작의 본연의 모습은 아니다.

또 하나 제작 매체를 지정하는 현재의 지원 제도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독립장편영화제작지원 등 지원제도는 디지털 매체로 제작 매체를 한정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로 제작되는 영화만 지원할 때는 정책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지원 정책이 그런 구체적인 목표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인지, 그 목표가 적절한 것인지는 점검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영화 제작 지원은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에 대응하는 정책 방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독립영화 지원정책이 이를 위한 테스트 베드가 될 필요는 없고 냉정하게 말하면 산업에서 소용될 자료들을 생산해 내지도 못할 것이다. 지원예산이 적어 디지털 매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작품의 성격에 따라 제작 매체는 융통성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 게다가 현재 상영조건과 제작 조건을 고려해 볼 때 일방적인 매체의 지정은 배급에 있어 장벽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안정적 제작이 가능하고, 산업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작 인프라 구조(독립영화 제작지원 스튜디오)의 필요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적은 예산으로도 안정적으로 질이 보장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그리고 배급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을 하고 기획 개발을 지원하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제작 지원 인프라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제작 산업의 영역에서는 민간 제작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공공영역의 역할이 축소되겠지만 비주류 영역의 경우 제작 인프라의 접근이 제한되기 때문에 공공영역은 여전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하드웨어 인프라에다 비주류영화의 기획 개발을 지원하고 교육할 인프라, 그리고 셀프-프로듀싱으로 제작되는 영화의 프리-프로덕션 컨설팅, 프로덕션과 포스트-프로덕션을 어드바이스해 줄 수 있으며, 프로덕션과 포스트-프로덕션을 실질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인프라가 만들어진다면 독립영화 제작은 보다 전문화되는 방향으로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산업 구조 변동과 향후 전망 간담회
-  다양성 부문 발제문 (정책과 제작지원을 중심으로)

2007.0206. at 영화진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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