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국독립영화 전망

독립영화 2008. 3. 19. 18:07
블로그에 뭔가 올려야겠다는 강박이 생겼으나, 새 글을 쓸 여력은 아직 없네요. :) 그래도 뭔가 올리면 좋을 것 같아서 이전에 작성하였지만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은 내용하나 포스팅합니다.
우선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행하는 월간 [한국영화 동향과 전망] 2008년 1,2월 합본호의 "2008년 한국 영화산업 전망" 기획 기사에 실렸던 서면 인터뷰 풀버전을 올려봅니다. "2008년 한국 영화산업 전망" 기획은 투자와 제작, 배급, 상영, 해외 세일즈, 독립영화, 부가시장 등 7개 분야에 대해 총 15인이 의견을 싣고 있습니다. 저는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와 함께 독립영화 쪽 전망에 대해 답했습니다.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첨부한 파일을 다운받아 보시거나,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아 보시면 되겠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월간 [한국영화 동향과 전망] 페이지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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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동향과 전망 2008 1/2월 합본호 다운받기


1. 지난 2년여 동안 장편 독립영화의 제작과 상영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디지털이라는 기술적 요인, 아트플러스와 인디스페이스를 통한 상영의 안정화, 그리고 독립영화 제작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구상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장편 독립영화는 일부 몇 작품을 제외하면 여전히 단발적으로 상영되거나 아예 배급 기회를 갖지 못한 작품들이 상당수입니다. 2007년 독립영화 시장을 평가하고, 2008년의 독립영화 시장을 전망한다면?


2007년은 2006년에 비해 더 많은 독립장편영화들이 개봉된 듯 하지만, 편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진 않았습니다. 다만 <후회하지 않아>, <비상> , <사이에서>등에 비견할만한 관객 동원력을 보여준 작품이 <우리학교> 외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2006년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2006년에 비한다면 다소 실망럽다고도 볼 수 있는 한 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딱히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2007년 11월 8일에야 개관하여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며, 제작 및 배급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구상들이 시도되긴 했지만 구상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2008년은 2007년부터 시도한 사업들이 조금씩 가시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단 시일 내에에 독립영화 배급구조가 안정되지는 못할것입니다. 전용관은 1개 스크린으로 시작한 것이며, 한국의 영화 시장 상황은 2006년에 비해 2007년 더욱 악화되었고, 2008년 역시 극적 반전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전과는 달리 꾸준한 상영과 배급이 가능할 것이기에 조금 진전된 모양새로 변화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2007년 독립영화는 양적으로는 풍부했지만 질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이 소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독립영화의 작품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하는데, 독립영화의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2007년 독립영화가 질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작품이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혹은 "어떻게 하면 독립영화 작품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대답하기가 애매합니다. 독립영화 제작 환경이 여전히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혹은 희생)에 기대고 있으며, 배급을 통한 선순환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창작자의 뼈를 깎는 노력에 의한 질적 향상만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작품 내적인 질의 향상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고른 질을 확보할 수 있는 제작 구조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독립영화가 점차 장편화되면서 1인 제작 시스템으로는 일정한 질을 담보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원래 독립영화가 어려운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퀄리티를 위한 스탭 풀(Pool)은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보다 전문적인 독립영화 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 지원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현재 독립영화의 제작비 수준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전문적인 제작 장비는 생각보다 제한적입니다. 일정한 선순환 구조를 획득하기 전까지는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하는 지원 구조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두가지 노력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보다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스크린에서 상영을 목표로 하는 '영화', 이미지로 사고하는 '영화' 등등 영화가 100년 넘게 만들어온 표현의 상상력을 사고하거나 그 사고를 넘어서거나 돌파하려는 노력들이 독립영화 안에서 더 많이 보였으면 합니다. 둘째는 대중과 접점이라는 측면에서 영화 산업이 만들어온 '장르' 영화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장르를 돌파해내는 독립영화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장르영화에 대한 고민이 단순화되면 주류 산업영화를 답습하는 꼴이 될 위험도 있습니다만, 영화에 대한 사고, 혹혹은 대중과의 접점 확대라는 과제를 풀어내기 위해서 장르영화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3. <은하해방전선>에서 보듯이 제작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독립영화의 제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들이 기획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의 제작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배우 개런티를 낮추어서 독립영화에 출연하도록 하는 일, 대형 제작사에서 독립영화 회사를 만드는 일, 상업영화 감독이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일 등)

[은하해방전선] 제작위원회는 '다양한 투자 재원 확보를 통한 리스크 감소'와 '제작 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콘텐츠 제작위원회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2~3년 전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독립영화 진영의 하나의 방편으로 제안된 '제작위원회'는 일본의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처럼 '한 편의 영화 제작을 위해 방송사, 후반작업업체, 제작사 등이 고루 참여하는 방식'과 '한 편의 영화 제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독립장편영화들의 프로덕션 과정을 슈퍼바이징할 수 있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되었습니다. [은하해방전선] 제작위원회는 한국독립영화협회 프로듀서 분과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KT&G 상상마당으로 부터 확보한 1억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장편독립영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구성되었고 후자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제작위원회가 향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현재의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 아이디어가 존재할까요? 획기적 아이디어 하나가 판 전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작-배급을 가로지르는 선순환 구조의 확보이겠지요. 이를 위해서 독립영화의 배급 활성화가 선결과제입니다. 다만 한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독립장편영화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과 스탭 풀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2~3년간 Festival에서 조금은 벗어나 Award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영화 Award들은 주류산업영화만을 주요 대상으로 합니다. 5개 스크린 이하에서 개봉한 영화들은 Award에서도 소외받고 있습니다. 특정 규모 이하의 영화들을 대상으로 한 Award의 도입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합니다. 주류산업의 모양새를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고, 과연 이것이 시급한가라는 질문도 있겠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보다 높이고, 제작되는 장편영화들의 감독만이 아니라, 배우와 전문 스탭들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고 격려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Award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해 개봉되는 독립장편영화가 10편을 넘어가고 있지만, Festival에서의 평가가 개봉 상영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혹은 Festival을 통하지 않고 개봉된 영화는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Festival에서 조금은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개봉된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다시 각인시키기 위해서 Award는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립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여러 인력들을 독립영화 진영이 지속적으로 끌어안고 있는가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현재 개인적 친분관계, 개인의 영화 예술적 비전을 위해, 혹은 커리어를 위해 독립영화 작업에 참여하는 스탭들이나 배우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 활동들이 독립영화 진영과 활발하게 교배되고 있거나 전체 영화 구조 내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Festival 혹은 경쟁이 도입된 Festival이라 하더라도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감독에게만 집중됩니다. 이를 일정하게 벗어나야만 보다 전문적인 제작을 위한 인력풀 형성도 가능할 것입니다.


4. 2007년 독립영화는 그 상영에 있어 큰 변화를 이룬 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 상영운동은 독립영화의 대안적 배급방식으로 큰 성과를 냈고, CGV 등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도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상영을 일정 정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상영을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2008년 독립영화의 배급과 상영에 있어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무엇보다 다양한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가 등장해야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독립영화 배급사라고 부를 만한 법인은 (주)인디스토리 뿐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독립영화 배급사가 배급할 수 있는 콘텐츠의 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떠올려본다면 하나의 배급사로 배급의 성과를 내기는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독립영화 안에 극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비해, 이 영화들을 국내 혹은 국외를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마케팅하고 배급할 수 있는 역량은 쌓여있지 못합니다. 결국 영화 배급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곳이 배급사라면, 배급사가 확대되어야만 배급이 확대될 수 있고, 전문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한 편 한 편의 상영과 배급을 고민하기 보다는 1년을 혹은 더 긴 시간을 내다보는 정책 보조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주류 배급사의 끼워팔기 상품처럼 되어버리거나, 독립영화 고유의 배급형태들을 만들어내고 시장을 돌파하려는 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요. 다행히 최근 독립영화 배급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연 열악한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5. 독립영화는 극장 상영 이외에도 DVD․VOD 시장 활성화나 TV를 통한 상영 등 다양한 방식의 유통경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향후 독립영화는 어떠한 형태의 상영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하며, 바람직한 유통 형태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주류산업영화처럼 수익 극대화를 위한 창구 전략에 기댈 것이 아니라 작품에 어울리는 배급 창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국 영화 산업의 경우 극장 외의 창구가 산업적인 의미가 없을 정도로 붕괴되어 있는 상황은 독립영화 배급에도 큰 장애가 됩니다. 게다가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 역시 녹록하지 않습니다. 과연 현재 한국이 패키지 미디어 시장이나 뉴미디어 시장이 독립영화의 존재를 긍정하고 수용하려고 할까요? 그런 의지를 가진 사업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독립영화가 패키지 미디어나, 뉴미디어에 접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부가시장이라는 사고를 넘어 현재 미디어 구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비판적인 시선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겠지요. 또한 극장 보다 더 많은 영상 콘텐츠들과 경쟁해야 하는 창구에서 어떻게 독립영화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낼 것인가가 중요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라인의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시장으로도, 공유의 수단으로도, 토론의 수단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오프라인에서의 꾸준한 노력과 함께 온라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독립영화에게 대중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6. 2008년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한 공적기금의 독립영화 지원의 방향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편 한편의 영화 제작보다는 프리 프로덕션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이어지는 제작 지원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 한편 한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배급될 수 있도록 하기 보다는 배급 구조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갔으면 합니다. 독립영화 안에서도 자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단기적인 성과에 기대지 않고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여전히 비영리적일 수밖에 없는 영역들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꾸준히 지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적기금의 지원은 아니지만, 등급 분류 제도의 변화도 여전히 필요합니다. 현재 영화법은 모든 영화에 대해 등급 분류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만, 등급 분류받지 않을 권리도 있다고 봅니다. 등급 분류 서비스는 대규모 마케팅과 대규모 배급을 취하는 영화 상품에 대해 관람 연령 분류 서비스나, 영화의 특정 요소들에 대한 가이드로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대규모 마케팅과 대규모 배급을 선택하는 독립영화라면 등급 가이드를 취득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들까지 무조건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독립영화의 경우에는 표현의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미 당하고 있는 경제적 검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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