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다양성영화 확대상영 불가?

독립영화 2014. 4. 18. 16:18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개봉관 배정 논란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로 이어졌다. 지난 2월 19일 <또 하나의 약속> 제작진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시네마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법률) 위반사항을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밝힌 롯데시네마의 법률 위반사항은 제23조가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 중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와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다. 이에 대해 롯데시네마 측은 해당 영화의 “상영관 수는 다양성영화로 판단해서 프로그램팀 쪽에서 결정한 일”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불공정거래 행위는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관련한 ‘오마이뉴스’의 기사에는 불공정거래 행위의 존재를 의심케 하는 답변이 실렸다. 


이선필 기자가 쓴 “롯데시네마, 이제 그만 ‘또 하나의 약속’ 놔 줘!”(2014.02.20.)에서 롯데시네마는, 흥행에 따른 향후 상영관 확대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다양성영화로 분류하고 개봉했기에 원칙대로 상영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개봉관 수의 정당함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답변은 매우 문제적이다. ‘롯데시네마는 다양성영화로 한번 분류한 영화의 경우, 흥행을 하더라도 상영관을 확대하지 않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에 따르면 소규모 개봉을 하고 흥행 추이에 따라 상영관을 확대하는 배급 전략은 불가능해진다. 흥행을 위한 가용자원이 빈약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는 관객이 많이 들어도 상영관이 늘지 않으니 흥행을 기대할 수 없어진다. 2009년 <워낭소리>의 성공은 7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해 차츰 스크린을 늘여가며 만들어낸 성과였다. 하지만 롯데시네마는 이런 기회를 차단하는 불공정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밝힌 셈이다.


롯데시네마는 법률 제4조에 따른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법률 제3조의3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롯데시네마가 밝힌 다양성영화 상영관 배정 정책은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에 준한다. 불공정거래 행위가 실제 존재하는지 엄정한 조사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씨네21> 20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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