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롭게?

TRACE 2008. 10. 15. 02:44
1.
망각엔 선수가 되었나 보다. 아님 늘 주의 깊지 못하거나. 생각보다 웃긴 일이다. 너무 많이 망각하면 바보일 뿐이지만 너무 많이 기억하면 미친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가?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일이 많다. 그것이 아니라면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억 용량보다 너무 많은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수도 있겠지.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늘 새롭다. 2년 전 본 영화를 다시 보고 있노라니 완전히 새로운, 처음 보는 영화다. 늘 새로운 건가?

2.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4주쯤 전부터 맥북이 말썽이었다. 새로 하드디스크를 설치할까 싶기도 했지만, 힘들게 다시 OS를 설치했더니 그럭저럭 돌아간다. 미리미리 타임머신으로 백업을 해놓아 백업하기도 쉬웠다. 다만, 부트캠프로 설치한 윈도 쪽을 완전히 삭제해 놓았더니 이게 말썽이다. 세번이나 밀고 다시 설치하고 있다. 타이거를 먼저 설치하고, 레오파드로 업그레이드 하고, 타임머신으로 백업하고, 부트캠프 설치하고, 다시 윈도를 설치하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어디 하루 뿐인가, 정확하게는 이틀이다. 아직 정상화가 되지 않았다. 내일 다시 윈도 설치를 마무리하고, 한글이다, 오피스다 각종 프로그램들도 깔아야 한다.

3.
2년 만에 다시 도쿄에 간다. 2년 전엔 무작정 배우고 구경하러 갔지만, 이번엔 좀 사정이 다르다. 도쿄국제영화제 기간 중에 열리는 The National Film Festival Convention 2008에서 발제를 하게 되었다. 한국의 독립영화/예술영화 배급 상황과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 그리고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소개해달란다. 2년 전 이맘 때 쯤 독립영화전용관 개관을 이래저래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보고 많이 부러워했는데, 한국의 상황을 소개할 기회가 생기다니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뭐 알고보면 대단하지도 않은 걸 민망하기도 하다. 다시 발제문을 써야 하는데. 이것도 걱정이다.

4.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생긴 지 1년이 지났다. 공식적인 개관일은 11월 8일이라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작년 10월 1일 중앙시네마에 입주하였으니, 1년이 지난 건 맞다. 여전히 관객이 없어 영화 상영이 되지 않기도 하고, 관객을 늘이기 위한 뾰족한 대안은 오리무중이다. 극장 생활 1년. 익숙해지기도 했고, 많이 지겹기도 하다. 반복되는 일들. 끝나지 않은 일들.

5.
실험영화 정기 상영회를 위해 극장을 찾아온 서원태 감독을 만나고 났더니, '와,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더라. 서원태 감독이 학부시절 찍은 16mm 단편영화를 프로그래밍해서 정기상영회를 한 것이 벌써 2001년의 일이었구나. 서원태 감독은 그 사이 대학도 졸업하고 유학도 갔다 오고, 장편영화도 만들고 그랬는데, 나는 뭘 했나? 한독협 사무국장도 했고, 독립영화전용관도 개관했고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했다고 기계적으로 말할 수는 있겠지만 내심 성에 차지 않기도 하다.

6.
너무 많이 기억하는 순간, 추억과 감상에 젖는다. 아마도 망각하려고 했던 것 역시 추억과 감상에 젖지 않기 위해서 였을테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생겼던 거다. 늘 새롭다는 것. 흐. 예전에 썼던 페이퍼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런 생각도 했군. 이런 걸 더 잘 정리했으면 좋았을텐데 싶기도 하다. 그랬음 재활용하고 잘 살텐데. 정리를 대충하니 늘 새롭게 발제문을 써야 하네.

7.
밤 늦게 앉아있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럴 땐 누워 있어봐야 잠이 오지 않는다. 멍청하게 연예오락프로그램이나 축구 중계 재방송을 보게 될 뿐. 서원태 감독이 뭐라고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데, 과감하게 정리하라고 했던가? 과감하게 정리하고 떠나라고 했던가? 유부부단하게 살다보면 지지부진해진다. 나만 지지부진 해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 밤에 글도 지지부진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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