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산업과 독립영화의 미래에 대한 중구난방 메모

독립영화 2011. 11. 24. 16:43
(좀 더 섬세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겠지만) 한국 영화산업이 음반산업과 유사한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말하는 음반산업의 길이란 전통적인 규모를 가진 음반(기획)사가 시장에서 폐퇴하고, 유통(온라인/방송 등)을 매개로 음악시장에 진입한 새로운 사업자(대기업 등)와 아이돌이라는 콘텐츠로 무장한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 그리하여 80~90년대(특히 90년대)를 풍미했던 대중음악작가들의 입지가 축소되고, 예전같으면 그 자리를 이어왔을 아티스트들이 '인디'라는 이름으로 일단 시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 거칠게 정리하면 중간은 사라지고 유통을 장악한 메이저와 인디로 양분된 상황으로 흘러간 것을 말한다. 

한국 영화산업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면, 유통을 장악한 대기업이 만드는 기획상품으로서의 영화가 시장을 장악하고, (전통적으로) 창조적 기획자인 프로듀서들의 자리는 사라지고, 기획 상품이 아닌 영화는 '독립'적인 방식으로 제작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올 것 같다는 짐작인데, 이런 상황 속에서 '독립영화'는 없어지지 않겠지만, 지금 이상의 규모를 갖추게 되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창작자를 추려낼 수 있는 정도, 그리고 독과점 기업이 독과점 상황이라며 욕을 먹지 않기 위해 배푸는 배려 정도의 규모를 유지하게 될지도. 

한국 영화산업에도 메이저와 인디의 협력 모델이 등장할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메이저와 인디의 협력이 있기는 하지만, 전면적으로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메이저와 협력하는 인디의 역할을 영진위 영화 아카데미가 전면적으로 하고 있을 뿐더러, CJ는 필라멘트라는 자체 브랜드를 실험하고 있는 중. 물론 필라멘트와 인디스토리가 [티끌모아 로맨스]라는 협력을 하긴 했다만, 이런 프로젝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 CJ 입장에서 영진위 영화 아카데미의 존재는 메이저와 인디의 협력 관계를 테스트하는데 비용을 크게 지불할 필요를 없애준 꽤나 고마운 존재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메이저와 인디의 협력 모델이 다시 등장하려면, CJ 외에 다른 메이저 플레이어가 행동을 해야하는데, 롯데는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쇼박스는 사업 정리 중이란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면 인디의 입장에서 협력해야할 메이저가 분명치 않다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남는 건 일단 방송. 뭔가 방송정책이 제대로 흘러갔다면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에서 인디와 방송(메이저) 간의 결합모델이 등장할 수도 있었겠다만 방송정책이 개판이라 기대할 건 없어보이고, 지상파보다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와 결합하는 모델은 상상해 볼 수 있겠다. 이점에서 인디스토리와 MBC 드라마넷의 협력은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 (티캐스트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좀 있으신데, 한국 콘텐츠 제작보다는 외국 콘텐츠 수입-상영/방영에 더 목매고 있는 것 같아 기대할 게 많지는 않아 보인다.)

인디가 메이저랑 협력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유감스럽지만 시장에서의 공정 경쟁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리 크게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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