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러고 계실까나.

TRACE 2008. 10. 10. 02:36

이 밤에 잠을 안자고 왜 이러고 계실까나? 습관적으로 켜놓는 텔레비전에서는 1994년의 LG와 태평양의 프로야구 경기가 재방송되고 있는데, 나는 왜 이러고 계실까나? 투수인 이상훈의 얼굴이 젊고 015나래텔 광고판이 신기한데,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나? 한글날이라 네이버에서는 나눔글꼴을 , 다음에서는 다음글꼴을 무료로 배포해주었는데, 네이버의 나눔고딕으로 피씨의 글꼴 설정을 바꿔놓고 그냥 이 글꼴로 써지는 모양새가 이뻐서 아무 글이나 써대고 있다니, 왜 이러고 계실까나? 잠을 자고 내일 아침 출근을 하고, 그러셔야할텐데 왜 이러고 계실까나? 그냥 만사가 끝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러고 사는 게 좀 지겹지 않니? 아침에 저녁에 먹을 두끼 정도의 밥을 짓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대충 식사를 하고, 이것저것 널브러져 있는 방안에서 대충 이불을 깔고 덥고 자고, 멍청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스쿠터를 타고 출근을 하고, 사무실에서 이 일 저 일 하다가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핸드폰은 내팽개치고, 가끔 화장실에 가고, 이러고 살면 재미도 없고, 의미는 있나? 신경쓰기 싫어. 만사가 귀찮아. 푸슝하고 사라져 버리고 싶어. 햇빛이 들지 않는 반지하 방이 싫어. 혼자 있는 텅 빈 방이 싫어. 날은 추워져. 훌쩍거리는 감기의 흔적도 싫어. 무엇을 기대하고 있지? 만사가 귀찮아. 생각하기도 싫어. 방에서 담배를 피울까? 혼자서 술마시긴 싫어. 대화를 하고 싶어. 누구랑? 대화할 사람이 없어. 외로워. 외로운 게 좋아. 사람들이 귀찮아. 외로운 게 싫어. 지겨워. 나눔고딕 글꼴은 아직 지겹지 않아. 영화를 보는 것이 싫어. 가을이 싫어. 겨울이 싫어. 봄이 싫어. 여름이 싫어. 자동차가 싫어. 스쿠터가 싫어. 왜 이러고 계실까나? 버스 기다리기 싫어. 지하철 타기 싫어. 걷기도 싫어. 여행이 싫어. 혼자 있기 싫어. 꼴보기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다 싫어. 생각하기 싫어. 핸드폰이 싫어. 채널 돌리기 귀찮아. 귀찮아도 채널 돌렸다. 야구보단 축구가 좋아. 미래가 싫어. 내 미래가 싫어. 내 미래가 두려워. 내 미래는 뭘까? 궁금해 하기도 싫어. 싫다고. 싫어. 열심히 살기 싫어. 출근하기 싫어. 이젠 더 쓰기도 싫군.

'TRA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늘 새롭게?  (0) 2008.10.15
amenic의 미투데이 - 2008년 10월 10일  (0) 2008.10.11
그냥... 이렇게 있다면...  (0) 2008.10.09
amenic의 미투데이 - 2008년 10월 8일  (0) 2008.10.09
amenic의 미투데이 - 2008년 10월 5일  (0) 2008.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