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예술영화전용관의 스크린쿼터 정책, 개편이 필요하다!

영화정책 2015. 9. 23. 10:59

한국 영화시장은 해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상영시장은 씨너스가 메가박스를 2011년 합병하고, 2013년 CGV가 프리머스시네마를 합병하면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3개 사업자가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은 영화상영관 경영자에게 한국영화의 상영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 상영의무는 국산영화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1966년에 처음 도입되었는데, 1981년에는 165일까지 확대되었다가 한미FTA 체결 시 73일로 대폭 축소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의무상영일수가 축소된 지금 한국영화 상영 현황은 어떨까. 연간 200일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이 있을 정도로 대다수의 극장들이 의무 이상으로 한국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립영화 등 비주류 한국영화의 사정은 어떨까. 독립·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전용관의 사정을 살펴보면 대충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술영화관인 씨네큐브의 2014년 한국영화 상영일수는 1·2관 각각 53일이었고, CGV아트하우스 19개 스크린의 평균은 59.6일이었다.


예술영화관들의 한국영화 상영일수가 73일이 되지 않지만, 상영의무를 어긴 것은 아니다. 영비법은 전용상영관에 대해 한국영화 상영의무일 수의 20일 이내의 경감(시행령 제17조)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부에 등록된 예술영화전용관은 한국영화를 53일만 상영하면 된다. 2015년 현재 이 조항에 따라 전용상영관으로 운영 중인 극장은 모두 56곳이며, 대부분의 예술영화관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53일은 많은 영화가 상영되기에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 그래서 영화진흥위원회는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의 조건을 ‘73일의 한국 예술영화 의무상영과 그 중 50일의 한국 독립영화 의무상영’으로 정했다. 2013년 이 사업의 지원을 받은 전용관 25곳의 한국영화 상영일수는 평균 80.8일이었고, 재공모 등으로 파행적으로 운영된 2014년의 평균도 79.3일이었다.


그렇다면 2015년 현재 상황은 어떨까. 5월 18일을 기준으로 CGV아트하우스의 19개 스크린의 한국영화 상영일수는 평균 10.5일이었다. 하지만 한국독립영화전용관으로 138일간 한국영화를 상영한 압구정ART1관을 제외하면 평균 3.4일로 확 줄어든다. 19개 중 압구정3관·신촌아트레온·여의도 등 8개 스크린의 한국영화상영일수는 0일이었다. 물론 한국영화를 전혀 상영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아직 227일이 남았기에 연말에는 의무상영일수는 모두 채울 것이다. 그래도 5개월여가 지난 현재의 상영일수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전용상영관의 스크린쿼터 경감 혜택은 의무상영일수가 146일일 때 도입된 것이다. 당시에는 경감해도 126일간 한국영화가 상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진흥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상영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있겠지만, 한국영화 보호를 위해 도입한 상영의무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게재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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