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깃발 Flags Of Our Fathers : 2007.0228.

TRACE 2007. 3. 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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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아버지의 깃발>.

[씨네21] 590호에 실린 허문영 평론가의 글 "마지막 카우보이, 위대한 전쟁영화를 만들다"에 이 영화에 대한 더할나위 없는 내용들이 씌여져 있으므로, 영화에 대한 별도의 코멘터리는 달지 않겠다. (아니 못달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덧붙이자면, 허문영은 위 글에서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를 반전영화라고 말하는 건 이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스트우드의 주인공들은 폭력적인 세상을 폭력으로 버텨왔지만 그들은 과거를 반성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들은 어딘가에 내던져졌고, 그곳에서 살아내기 위해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육체적으로 버틴다. 이스트우드가 한 인터뷰에서 <용서받지 못한 자>의 폭력적인 보안관 빌에 대해 한 말을 빌리면 그의 영화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멈출 수 없는 인간”의 이야기다."라고 쓰고 있지만, 2007년 3월 오늘 한국에서 <아버지의 깃발>에서 다루어 지는 이야기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멈출 수 없는 인간의 이야기"로만 읽히진 않는다.

지난 2월 27일 오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 앞에서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에 의해 윤장호 씨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은 애국을 위해 한 청년이 자신을 희생한 사건이기 이전에 우리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명분없는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 사건을 통해 과연 명분없는 파병이 정당한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한국의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3월 3일자 뉴스에 따르면 고 윤장호 씨의 분향소를 찾은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윤장호씨가 나라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라고 하고, 김장수 국방부장관은 철군 관련 질문에 대해 "윤장호씨가 과연 파병 철군을 원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한다.

한 청년의 죽음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제대로 짚어보지 않은채 세계의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호도하거나, 파병 철군과 연관시키는 것을 회피하거나, 한국군의 국외 주둔지에 대한 안전 문제에 신경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식으로 문제의 핵심을 외면하는 것은 윤씨의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는 방법이 아니다. 윤씨의 죽음을 숭고한 희생으로만 포장하면서, '테러리스트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테러에 절대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진정한 애도가 아니다. 윤씨의 죽음을 통해 전쟁이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깨닫고 무의미한 전쟁 참여를 멈추는 것, 그것이 윤씨의 죽음에 대한 진정한 애도가 될 것이다.

하나만 더 덧붙이지면, 비록 <아버지의 깃발>이 만족할만한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더라도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가 한국에서 개봉되길 바란다.


아버지의 깃발 Flags Of Our Fathers

제작년도 2006 / 상영시간 131분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 각본 폴 해기스 외 / 출연 라이언 필립, 제시 브레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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