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대구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 재개관에 부쳐

영화정책 2015. 9. 23. 11:11

대구 예술영화관 동성아트홀이 새 단장을 위해 휴관한지 78일만인 9월 4일 재개관했다. 동성아트홀은 지난 2월 25일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폐관을 발표한 바 있다. 지원을 중단해 폐관으로 몰아붙인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거셌고, 관객들을 중심으로 영화관을 다시 살리자는 목소리도 컸다. 오랜 시간 지역 관객들과 함께 한 소중한 공간을 지키고자 한 염원은 미디어를 움직였고, 결국 지역의 독지가의 마음에 가닿아 폐관을 막았다. 그리고 모두의 바람대로 동성아트홀은 문을 닫지 않았다.


재개관 첫 프로그램은 대구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과 공동으로 기획한 ‘해피 투게더 – 동성아트홀 재개관 기념 공동기획전’과 인문학강좌인 ‘동성, 인문학을 말하다’다. 기획전은 국내외 예술영화를 주요 상영작으로 하는 동성아트홀과 한국 독립영화를 주요 상영작으로 하는 오오극장이 서로의 프로그램을 교환해 상영하는 방식으로 마련되었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두 영화관 간의 ‘협동’이다. 그리고 인문학강좌는 영화만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시민들과 호흡하겠다는 동성아트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동성아트홀을 찾아야할 또 다른 이유가 될 것이다.


동성아트홀이 폐관의 위기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동성아트홀의 회생모델이 지역 예술영화관의 미래에 대한 모범답안은 아니다. 서로 다른 처지에 내몰려 있는 지역 예술영화관의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전면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정책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 보조금이 전부가 아니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경영 컨설팅과 정례적인 시장조사 제공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립경영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예술영화관 운영자의 혁신도 요구된다.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넘어 제작·배급자들과 함께 시장을 성장시키겠다는 전망을 공유해야 한다. 또한 영화관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의 경제적·문화적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담대한 목표도 설정되어야 한다.


지역 예술영화관에 공공지원이나 시민의 경제적 참여가 필요한 이유는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들을 상영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멀티플렉스가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지금, 지원의 필요성은 희석될 것이다. 대기업 멀티플렉스는 지역자발의 문화는 도외시하고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윤을 서울에 위치한 본사로 가져간다. 그래서 지역에 경제적·문화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적다. 이런 영화관과 다른 전망을 가질 때 지역 예술영화관의 더 나은 미래가 시작될 것이다.


게재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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