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2015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 사업'에 대한 비판

영화정책 2015. 9. 23. 11:03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기어이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을 폐지할 모양이다. 영진위는 지난 6월 25일, 비공개로 개최한 ‘예술영화전용관 사업개편(안)관련 간담설명회’에서 새롭게 추진할 사업계획을 밝혔다. 신규 사업은 연초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을 폐지하고 대신 추진키로 해 논란이 되었던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 사업’이었다. 대략적인 사업 개요는 영진위 대신 해당 사업을 수행할 위탁단체를 선정하고, 위탁단체가 지원 대상을 선정하며 이 영화를 전국의 25개의 비멀티플렉스 및 지역 멀티플렉스에서 정해진 회차만큼 상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영진위는 사업 개편이 ‘예술영화의 관객 저변을 확대하여 예술영화 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는데, 과연 그럴까. 신규 사업이 설정한 25개 스크린은 전체 스크린의 1% 남짓으로 예술영화 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게다가 지원되는 영화의 상영비율은 전체의 22% 남짓으로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기에도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사업 설계인 셈이다.


영진위가 실시한 「예술영화 유통 활성화를 위한 예술영화전용관 운영 지원 사업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는 해당 사업의 문제로 운영보조금 중심의 지원 사업이었을 뿐 예술영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과, 수혜자들의 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 그리고 영진위의 예술영화 인정 심사 범위가 넓어 전용관들의 독자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그렇다면 개선 방향은 사업 폐지가 아니라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식이어야 했다.


기존 사업이 시장 변화에 둔감한 게 문제였다면 정기적으로 예술영화 시장과 관객 조사를 추진하면 어떨까. 조사와 분석 결과를 예술영화관과 독립·예술영화 배급사에 제공한다면 영업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보조금 중심의 지원이라 수혜자들이 지원금에 크게 의존한 게 문제였다면, 자립을 위한 경영 컨설팅과 상호부조에 기반한 네트워킹을 지원하며 관객 개발 및 마케팅 방안을 제공할 일이다. 전용관들의 독자성이 훼손되는 게 문제라면 예술영화 인정 정책을 수정하고 전용관들이 차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견인하면 된다. 하지만 신규 사업안엔 이런 해법을 찾아볼 수 없다.


신규 사업이 예술영화 유통 활성화도 견인하지 못하고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정책도 개선하지 못하는 자충수가 될까 우려스럽다.


게재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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