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독립영화진흥을 새로운 금융시스템, 공제기금은 어떨까?

독립영화 2015. 9. 23. 11:01

한국 독립영화의 숙원 중 하나는 지속가능한 독립영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제작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이 구조를 선순환 시키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했다.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독립영화계가 제작지원 등 공적지원을 요청한 것은, 시장이 독립영화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현실성 있는 자금 조달 시스템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완성했다고 저절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시장이 여전히 독립영화를 배제하는 가운데, 유통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기댈 곳은 역시 공적지원이었다. 공적지원의 방식과 영역이 확대되고 있지만, 독과점화가 심화되는 시장에서 기회를 얻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적정한 인건비를 지급하고 시장에서 관객의 선택을 얻기 위한 현실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행 공적지원 이상의 자금이 요구되었다.


2013년 독립영화 및 중저예산영화 전문 투자조합이 결성된 것은 이러한 독립영화계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엔 부족했다. 투자조합은 기본적으로 이윤극대화를 추구한다. 정책적으로 독립영화에 일정부문 투자하도록 요구받고 있지만 수익성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금액도, 목적도 제한적이기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영화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주류 영화자본이 독립영화의 경제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는 가운데 공적지원은 여전히 매력적인 자금 조달 시스템이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지원을 받으려면 제공자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기획을 가공해야 하며, 지원 분야 역시 수혜자의 필요보다 제공자의 판단에 맞춰져 있다. 무엇보다 한정된 재원을 두고 여러 제작자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 독립영화 공동체가 침체되거나 붕괴될 우려도 있다.


지속가능한 독립영화 생태계를 위해서 공적지원이나 투자조합만이 아닌 또 다른 자금 조달 시스템을 고려할 때다. 단지 제작·배급에 대한 지원만이 아니라 독립영화인이 겪는 전반적인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 말이다. 영화 작업은 물론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자금을 해결하고, 제작배급사의 도산을 방지하고 안정적 경영을 보조하며 재무상담 및 컨설팅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그런 금융 시스템이면 어떨까. 이런 대안적인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공적지원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유로운 창작과 자율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상호부조·협동·연대의 방식으로 공제기금 등 사회적금융 시스템을 상상해보자. 독립영화인과 독립영화제작배급사 등의 자발적 참여와 영화발전기금 등 공공자금, 그리고 금융기업 및 일반기업들이 함께 참여하는 독립영화진흥공제기금. 어떤가, 귀가 솔깃해지시는가.


게재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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