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산업의 신자유주의화, 독립영화는 무엇을 해야하나?

독립영화 2011. 11. 24. 13:51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바뀌고 있다. 한미FTA 체결을 위해 스크린쿼터제의 축소가 선언된 이후 스크린쿼터제의 축소 철폐와 미국의 문화 침략을 저지해야한다는 영화계의 입장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아졌다. 이런 부정적 반응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스크린쿼터제가 지킨다는 영화 문화의 다양성이 최근에 와서 외려 후퇴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견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스크린쿼터제가 할리우드 영화 자본의 독점화라는 영화 시장의 세계화 흐름 속에 자국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지켜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국 내의 영화 문화 다양성에 대한 기여라는 측면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것이 아니냐란 것이다. 이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국제적 영화 시장 안에서 한국 영화 산업의 존재도 의미가 있겠지만, 자국 영화 시장 안에서 다양한 영화의 존재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면, 이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영화 시장의 다양성은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다. 이 문제들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바로 한국 영화 산업의 성장이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추진되어 왔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영화 산업의 성장 원동력 : 새로운 자본의 개입과 신자유주의적 영화진흥정책의 등장

한국 영화 산업의 신자유주의적 성장은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90년대 초중반 삼성, 대우 등 전자 산업의 자본이 영화업에 진출한 것은 이전의 한국 영화 산업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첫 번째 산업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90년대 중반 케이블 방송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삼성, 대우, 현대 등 대기업의 영상산업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이 시기에 문화가 폭발하면서 대기업의 문화 산업 진출은 영화, 방송 뿐 아니라 음반 산업 등 다양한 경로로 확대되었는데, 이러한 자본의 개입으로 한국 영화 제작 산업은 산업화의 기틀을 닦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첫 번째 시기 대기업 자본의 진출은 IMF를 맞아 대부분 철수하고 만다. 

이때 자본의 공백을 메워준 것은 일신창투로 대표되는 금융 자본과 김대중 정부가 내놓은 영화진흥금고였다. 일신창투 등의 금융 자본의 등장은 한국 영화 산업의 합리적 성장이라는 산업화의 흐름을 단절되지 않게 유지시켰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영화진흥금고의 조성과 영화진흥위원회의 구성이다. 김영삼 정부의 문화 산업 지원 노력을 이어 받은 영화진흥위원회의 구성과 영화진흥금고의 조성은 영화 산업을 한국 경제의 주요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선언이었으며, 이는 유감스럽게도 영화를 문화보다는 상품으로 취급하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이 정부의 정책으로 개입된 것이라 할만하다.


90년대 이후 영화 자본의 역사 : 새로운 제작 자본과 상영 자본의 등장과 구조 조정

한국 영화 산업은 개방경제론이라는 한국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에 따라 80년대 말부터 단계적으로 개방되었다. 94년 수입외화의 프린트 벌수 제한이 폐지되면서 일단락된 영화 시장 개방은 신규 자본의 등장과 함께 한국 영화 제작 자본의 구조를 조정했다. 90년대 한국 영화의 새로운 성장은 신규 영화 기획 인력의 등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장 개방이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구조 조정의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의 개방 정책 기조에 따라 영화 자본의 외자 유치 노력도 가속화되었는데, 90년대 중반 제일제당의 영화업 진출은 그간 국내에 투입된 대기업 영화 자본과 다른 사업 방향으로 주목할만하다. 제일제당은 95년 8월, 멀티미디어 사업부를 설립하고 영화 산업에 진출하였는데, 본격적인 진출 이전인 95년 2월 스필버그, 카젠버그, 게펜이 설립한 새로운 할리우드 스튜디오 [DreamWorks SKG]의 공동 설립자로 참여했다. 본격적인 세계화의 신호탄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 사업은 이어 제일제당의 영화 상영업 진출로 이어진다. 제일제당 멀티미디어 사업부 내에 극장 사업팀은 96년 12월 홍콩의 골든하베스트, 호주의 빌리지 로드쇼와 함께  씨제이골든빌리지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한국내의 본격적인 상영 사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사업의 첫 번째 성과가 바로 98년 4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이라는 CGV 강변11이다. 

CGV강변11의 등장은 한국 내에 멀티플렉스라는 극장이 생겼다는 의미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제작 자본 중심으로 신자유주의화 되었던 경향이 상영 자본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는 의미이며, 아울러 본격적인 외자 유치의 시대가 도래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어 2000년에 등장한 동양 그룹의 메가박스 역시 미국 LCE(Loews Cineplex Entertainment Corp.)의 50% 지분 투자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러한 외자 유치를 통한 대기업 자본의 상영업 진출은 상영 시장의 구조 조정을 가속화시켰다. 단관 극장의 폐관과 복합 극장화의 흐름, 목요일 개봉, 할인경쟁 등은 모두 이런 신자유주의적 구조 조정의 결과였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새로운 신규 대기업 영화 자본은 외자 유치라는 무기로 영화 자본의 세계화를 가속화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외자 유치가 단순히 상영업에만 머무른 것은 아니다. 대기업 자본과 달리 토착 영화 자본의 메이저화의 대명사인 시네마서비스 역시 2000년 벤쳐투자사인 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로부터 외차유치를 하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그간 크게 고려되진 못했지만 외자 유치를 통한 자본의 세계화가 한국 영화 산업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2000년대 영화 자본의 성격 : 대기업 자본에서 상장 투자 자본으로

외자 유치 등을 통한 제작 자본의 성장은 자본의 확대를 위한 상장 노력으로 재구성된다. 2002년 2월, CJ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었고, 시네마서비스 역시 2002년 넷마블과의 합병을 통해 플레너스라는 이름으로 상장 회사로 탈바꿈한다. 2002년 CJ엔터테인먼트의 상장과 플레너스의 등장은 한국 영화 산업에 두 번째 금융 자본의 등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주식 시장에 영화 산업이 진출한 것은 산업화의 노력이 일정한 성과를 이룬 것이라 평가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영화 산업 역시 규모를 거대화하는 독점 자본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금융 자본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금융 자본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각각의 제작 자본은 제작 흥행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배급, 상영 시장을 수직계열화하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CJ엔터테인먼트는 CGV라는 자회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단순 제작 배급업에 머물렀던 시네마서비스는 2002년 8월 프리머스시네마라는 극장 사업자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수직 계열화를 시작했다. 

제작-배급-상영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는 한국 영화 산업을 독과점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할리우드 독점 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메이저가 필요하다는 인식 속에서 독과점 논의는 수면 아래로 잠수하게 되고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현재 한국 영화의 제작과 상영 시장의 양극화는 바로 이 시점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의 고질적 문제들은 바로 신자유주의의 폐해

메이저 투자배급사의 등장과 멀티플렉스 사업의 확대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국내 배급 상영 시장에서 할리우드 직배사보다 일정한 힘의 우위를 획득하게 되었지만, 제작 자본의 구조조정, 상영 시장의 구조 조정을 통해 다양한 영화의 상영 기회를 봉쇄하는 결과를 낳았다. 

수익 창출을 가장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 자본의 속성 상 상대적으로 덜 상업적인 영화들이 시장에서 패퇴하게 되고 독립영화 등 비상업적인 영화들의 시장 개입의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또한 상영 시장의 구조 조정은 작은 규모의 예술영화를 상영하던 극장들의 경영상 어려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구조 조정으로 인한 폐해가 소규모 영화의 상영 시장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독점 자본의 등장으로 인해 시장 경쟁력이라는 허울 아래 상업적인 영화의 제작을 양산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의미 있는 영화 제작을 목표로 한 제작펀드와 제작사들 역시 버티지 못하고 상업적인 영화 제작에 뛰어들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박하사탕>, <오!수정> 등의 영화에 투자 했던 유니코리아가 <투사부일체>에 투자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만하다. 산업의 성장, 한국영화 시장 점유율 확대의 이면에는 다양하고 의미있는 영화의 제작이 어려워지는 문제들이 잠복하고 있었으며, 산업적 성장의 이면에 소외받는 영화들이 더욱 많아지게 된 것이다. 스크린쿼터제의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영화계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영화 산업의 성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영화 산업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한국영화 산업의 신자유주의화의 가속 : 영화 제작 자본의 우회 상장 붐, 충무로의 상장시대

2006년 노무현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가 있은 후 영화인들은 거리로 나가 문화 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제 사수의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 집회현장이 보도된 [씨네21] 540호(2006.2.14.) 엔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특집 기사인 [충무로 상장시대 - 상장 태풍, 충무로를 덮치다]가 그것이다. 2002년 CJ엔터테인먼트와 플레너스의 상장 이후 한국 영화 제작 자본의 상장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어왔으며, 코스닥에 직접 상장 보다는 우회 상장이라는 경로를 통해 상장되고 있다. 매니지먼트사인 싸이더스HQ는 속옷브랜드인 라보라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합병하며 2003년 9월 우회 상장을 본격화한다. 이어 2004년 1월 싸이더스가 코스닥 상장사인 씨큐리콥에 전액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상장하였으며, 명필름과 강제규 필름 역시 코스닥 상장사 세신버팔로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상장하였다. [씨네21] 540호의 기사에 따르면 IHQ(싸이더스HQ와 라보라의 합병회사) 우회 상장 이후 2006년까지 우회 상장된 영화 관련 기업은 17개이며, 업종전환 지분투자 등을 통해 영화 관련 사업에 뛰어든 상장기업들은 14개다. 그야 말로 붐이라 할만한 숫자다.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쇼박스/메가박스 그리고 최근 등장한 롯데시네마로 분할되어 있던 영화 상영 배급 시장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제작사들의 노력이 엔터테인먼트 업에 대한 주식 시장의 관심과 맞물려 우회 상장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영화 자본은 신자유주의적 시장 성장을 선언하고 나섰다. 
 

최근 영화 시장의 변화를 읽는 세 개의 키워드 : 글로벌화, 매체 다양화, 제작 콘텐츠 다양화

최근 등장한 우회 상장 영화 자본과 기존 영화 자본의 흐름은 크게 세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글로벌화, 둘째, 매체 다양화, 셋째 제작 콘텐츠의 다양화이다. 

(1) 글로벌화 
글로벌화는 말그대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다. 과거부터 협소한 한국 영화 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 세계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늘 있어왔다. 시장 개방과 맞물려 다른 나라의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최근 아시아 시장 등에 몰아친 한류 열풍은 한국 영화 자본의 글로벌화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CJ엔터테인먼트, MK픽쳐스, 나비픽쳐스 등 영화사들은 중국과 일본 시장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IHQ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글로벌 제작에 이어 <데이지>를 작업하며 기존 영화 제작사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글로벌화를 가속하고 있다. 최근 이노츠에 인수된 LJ필름의 경우 글로벌 스튜디오를 지향하며 세계 진출을 본격화 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투쟁이라는 국내 상영 시장의 싸움과 별개로 해외로의 무한 진출은 이미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2) 매체의 다양화
두 번째 키워드인 매체의 다양화는 새로운 미디어의 폭발 그 자체를 의미한다. 이는 영화 산업 내의 요구라기 보다는 외부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DMB, IPTV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매체에 소구해야할 콘텐츠의 필요성을 강제했다. KT의 싸이더스F&H의 인수, SKT의 IHQ 지분 투자 등은 바로 매체 환경의 변화에 기인한다. 기존의 영화 자본이 영화 제작 배급업을 근간으로 했다면, 영화 제작 배급업이 아닌 다른 매체를 근간으로 영화 자본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3) 제작 콘텐츠의 다양화 
세 번째 키워드인 제작 콘텐츠의 다양화는 새로운 매체의 폭발과 TV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에 일정하게 근거한다. 우회 상장된 진인사필름(태화일렉트론), 팝콘필름, 팬텀, IHQ 등은 외주 드라마 제작을 본격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작 콘텐츠의 다양화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이들 회사 중 일부가 저예산영화의 제작에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상영 배급업에 뛰어들 회사를 중심으로 한 이런 경향은 많은 편수의 영화 제작을 통해 배급 상영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요구에서 출발한다. 이노츠의 경우 저예산 독립영화의 유통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저예산 영화 제작이 검토되고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 자본의 확대에 따른 단장기적 영향

이런 변화는 한국 영화 시장을 다시 한번 변화 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변화는 독립영화 진영에도 여러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1) 단기적 영향
우선 자본이 대거 들어오면서 영화 제작 산업이 호황을 맞게 될 것은 당연하다. 벌써부터 올해 제작될 영화의 편수가 100편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60~70편을 유지했던 제작 배급 편수가 자본의 유입으로 40~50% 성장한다는 것이다. 제작 컨텐츠 확대로 신규인력의 필요성이 가중되며, 이에 따라 단편영화, 독립장편영화 등을 연출한 독립영화인들의 충무로 진출이 보다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예산 영화 제작 확대를 통해 다양한 규모의 영화 제작이 가속화 될 것인데, 이런 흐름 속에서 독립영화 진영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상영 배급 시장의 확대가 오면서 다양한 영화의 상영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제작된 작은 규모의 영화들의 상영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확대는 전체 독립영화 진영에 영향을 미친다기 보다는 개별 인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시장 친화적인 소재와 작품에 제한될 것이 뻔하다. 자본의 이익확대를 우선으로 하는 시장 성격 상 예술지향적인 영화나 사회적 소재를 다룬 급진적 행동주의적 영화들은 여전히 시장에서 외면을 받을 것이 뻔하다. 다큐멘터리의 제작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월드컵 등을 소재로 한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 연성화된 주제의 다큐멘터리가 주종을 이루게 될 것임은 뻔하다. 게다가 최근 한국 영화 시장에 대한 다양성의 요구가 일정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산업의 합리화를 위해 저예산 영화나 독립영화에 대한 자본의 관심과 요구는 당분간 증가할 것이다. 

최근 스폰지 등 외화 수입사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틈새시장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소규모 배급사의 경우 저예산 영화의 제작배급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외국 영화의 수입에 주력하면서 상업화된 시장의 빈틈을 보다 적극적으로 노릴 것으로 기대된다. 

(2) 장기적 영향
자본의 폭발에 따라 제작 편수가 증가하면서 당연히 과잉 생산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과잉 생산에 따른 수요가 함께 창출되지 못한다면, 금융 투자 자본의 속성상 투자금이 회수되게 될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제작 자본이 축소될 것이며, 시장 안에서의 상업적 경쟁력을 갖춘 회사만이 생존하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구조 조정이 진행된다는 이야기인데, 스크린쿼터의 축소가 수반된다면 한국 영화 시장은 경쟁에서 생존한 소수 국내 독점 자본과 할리우드 독점 자본의 경쟁의 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변화 속에서 덜 상업적이거나 비상업적인 영화의 자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단기적 호황에 의해 충무로로 많은 인력들이 진출하게 되겠지만, 제작 편수의 축소는 영화 인력의 구조 조정을 가져올 것은 자명하다. 상영 배급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며 잠시 존재하는 듯 보였던 영화 문화의 다양성은 급격하게 후퇴할 것이다. 


신자유주의화가 독립영화에 미치는 영향

이쯤 되면 신자유주의적 영화 산업의 성장이 독립영화에 미칠 영향이 무엇일지는 자명해 보인다. 당분간은 독립영화 진영에도 일정하게 자본이 밀어닥칠 것이다. 물론 이 자본은 상업성이 보장된 인력과 프로젝트에 한정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런 자본의 개입은 느슨해진 독립영화 진영의 연대를 더욱 느슨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자본의 급격한 유입으로 맞는 호황기를 주류 미디어는 다양성이 확보되는 시기로 평가할 것이며, 여전히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 정부의 문화산업 진흥책 역시 이런 변화에 안주하며 비영리적 공공적 관점의 정책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짧은 호황이 지난 후 구조 조정의 시기가 오면 독립영화 진영은 다시 한 번 침체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WTO 서비스 개방 국면, 한미FTA가 추진되는 국면에서 한미FTA가 체결되는 상황을 예상해 본다면, 보조금(영화진흥금고, 혹은 새롭게 마련한다는 4000억원의 기금) 역시 단계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이런 부정적 상황이 가속된다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현재 수준의 공공 지원 역시 후퇴되지나 않을까?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독립영화 진영의 대응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독립영화 진영이 할 일은 우선적으로 신자유주의 흐름을 제어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한미FTA, WTO 협상 등 다국적 독점자본의 이익에만 복무하게될 신자유주의 흐름은 어떻게든 막아내어야 한다. 이 일은 남의 일이 아니며, 우리 모두의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독점자본 속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 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개입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 영화 정책의 경우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은 소극적으로 채택되어 있다. 이것은 문화 산업 진흥이라는 정책 지향이 문화를 산업/상품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일정하게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독점 자본을 제어하는 상영/배급 시장의 공공적 정책 개입은 필수적이다. 또한 비영리적 영화(독립영화)에 대한 제작/상영/배급 구조를 공공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여야 한다. 비영리적 영화의 경우 공정한 시장이라 하더라도 소외될 수 있다. 비영리적 문화 예술 활동을 여전히 시장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제대로 된 문화 다양성이 획득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독립영화 진영의 경우 독점 자본 중심의 상영/배급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고, 이 속에서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비영리적 영화 문화 환경 조성을 위한 공공상영/배급 정책이 영화 정책에 입안될 수 있도록 의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시장 조건에 구애받는 독립영화 전용관 1관이 아니라 독립영화가 영리적 목적을 떠나 상영 배급 될 수 있는 공공 배급/상영 정책을 제안하고, 단순한 비상설 상영관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 독립영화가 안정적으로 소개되고 삶에 녹아들 수 있는 공공 상영관 정책의 마련과 이를 통한 상영 확대가 필요하다. 비영리적 영화 문화, 영화제작-배급-상영을 확보하는 싸움은 모든 공적 규제를 철폐하고 사회 복지적 관점의 정책을 수정하기를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와의 싸움에 다름 아니다. 공공정책의 확대와 이를 통한 독립영화의 진흥은 신자유주의 하에서는 쟁취되기 어렵다. 한국 영화 산업과 자본에 대한 보다 냉철한 분석과 대응, 그리고 독립영화를 위한 큰 그림 속에서의 대응이 현재 독립영화 진영에 절실히 요구된다.

2006.4.16. 독립영화인워크숍 [신자유주의와 독립영화]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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